김영필 ‘선산 필 공방’ 품격 있는 원목 도마
코로나시대 집요리 즐거움 배가
단단한 통원목에 볼수록 멋진 무늬
“동두천 원목 판매장에 가면 수도권에서 4명 정도의 도마 장인이 온다. 같은 원목도 무늬에 따라 가격 차이가 크게 난다. 나는 좋은 재료만 보면 사놓는다. 다음에 안 나오기 때문이다. 원목을 사두고 필요할 때 켜온다. 울릉도와 남원, 안동에서도 사온다.”
노원에 사는 선산(善山) 김영필 목공예가가 자신의 이름을 딴 ‘선산 필 공방’을 브랜드로 수공예 원목 도마를 출시했다. 아름다운 무늿결을 살린 도마와 트레이는 조각품 느낌이 든다.
상계동 토박이로 인덕대 공예과를 나와 등 전통가구와 찬장, 목과반, 다도판 등 생활용품을 만들어 온 김영필 목공예가가 필 공방을 차린 것은 한 달 전. 1층 작업장과 창고는 그대로 두고 노원로 412 마실건물 3층에 전시장만 새로 열었다.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집에서 요리하는 홈쿡이 유행하면서 주방용품 소비도 늘고 있다. 똑똑한 소비자들의 명품 주방용품 선택 기준은 위생과 내구성뿐만 아니라 자주 봐도 질리지 않는 디자인이다. 우리 공방에서도 도마와 트레이를 몇 개 만들어 나누다 보니 쓸수록 좋고, 볼수록 좋다며 소개로 찾는 사람이 생겨 본격적으로 만들게 됐다.”
필 공방에서 만드는 제품은 일반도마와 플레이팅 도마, 트레이, 식탁 조명 등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수공예 제품이지만 가격은 5만원에서 20만원까지 비싸지 않다. 단단한 나무를 사용해 칼자국이 잘 안 나고, 사용하다 마모되면 무료수선으로 재생해주므로 나만의 만년 묵기를 장만하는 셈이 된다. 도마 받침대는 무료제공이다.
필 공방 제품의 경쟁력은 오랜 내공의 공예기술로 만들어 예술적인 요소가 있다는 점과 손잡이 하나라도 잡는 느낌이 좋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나무가 좋은 도마는 한번 써보면 딱딱, 칼이 안 밀린다. 파이지도 않는다. 전문가들은 플라스틱 도마를 안 쓰고 원목도마를 쓴다.”
명품 필 도마의 완성도를 높인 것은 목재이다. 시중에 흔한 소재인 집성목이 아닌 통원목을 사용한다. “장사꾼과 예술가의 차이는 미치느냐 아니냐이다. 재료 구하는 데 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일단 좋은 나무를 구하면 기분이 날아간다.”
그렇게 발품을 팔아 구입한 목재는 100년 된 느티나무, 수백년 된 느릅나무, 울릉도 소태나무 등 국내산 나무와 호주산 장미목과 블랙우드, 캄포, 북미산 몽키포드와 퍼플아트, 메이플 나무 등 외국산 고급목재이다. 이런 나무들은 조직이 치밀해 물을 안 먹기에 세균 번식이 어렵다. 몽키포드로 만든 도마의 표면은 모공이 살아 있는 원숭이 털처럼 보인다. 메이플로 만든 도마엔 검은 줄무늬가 고급지다. 탄화목 색깔이 나는 느릅나무 도마는 물고기 꼬리에 두꺼비 눈, 새의 입을 형상화했다. 캄포나무는 시중에 많이 파는 인기 소재로, 원두커피에 우유를 토핑한 듯 밤색과 미색이 색채대비를 이룬다. 세계적으로 보호받는 최고급 소재인 장미목 도마도 은은한 화려함이 있다. 블랙우드 도마도 문양이 특이하다.
“원판을 살펴서 옹이가 빠진 건 빠진 대로 자연적인 느낌을 살려 도안을 한다. 무늬와 나뭇결을 살리려다 보니 잘려나가는 부분이 많이 나온다. 자른 다음 대패질하고 광택을 내고 오일을 4번 발라서 건조한다.”
재료선택부터 마무리 공정까지 고집스럽게 만든 수공예 원목 도마는 인스타그램이나 필 공방에서 볼 수 있다. 공방을 직접 방문하면 가늘고 매끈한 손잡이와 부드러운 몸판, 그리고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나뭇결과 무늬를 감상하면서 대중적인 원목 도마와의 차이를 가늠하는 안목을 갖게 될 것이다.
필 공방 ☎010-2920-2728
노원신문 김명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