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신문 사설
아파트에서 안전하게 행복하게 살기
만나는 이웃과 인사하세요
우리의 대표적인 주거양식은 아파트다. 노원구는 전체 세대의 80% 이상이 아파트에서 산다. 유럽에서는 이주민들의 집단 주거를 위한 공동주택이었는데, 우리나라에 들어와서는 강남개발을 통해 부의 상징이 되었다.
대문 지키는 것부터 마당 쓸고 쓰레기 치우는 것은 물론 집안에 여기저기 고장 난 것도 관리사무소에서 처리해준다. 화장실까지 집안에 있으니 문을 닫고 있으면 외부와 완벽하게 차단된 나만의 공간이 된다. 참 편리한 주거공간이다.
며칠 전 월계동의 한 아파트에서 초등학생이 던진 돌에 집으로 들어가려면 어르신이 맞아 돌아가시는 일이 있었다. 지팡이를 짚은 할머니를 부축해 횡단보도를 건너 쪽문으로 들어서는 장면이 공개돼 안타까움을 샀다. 종종 예기치 못한 고층 낙하물로 사고가 발생해 주의가 필요하다.
사건은 가해자가 채 열 살도 되지 않은 어린아이여서 ‘처벌 대상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촉법소년(만 10세 이상∼14세 미만)은 형사책임을 지지 않지만 소년법에 따른 보호처분을 받는다. 이번 사례는 여기에도 해당하지 않는 형사미성년자라서 입건 전 조사 종결로 처리된다는 것이다.
아파트에서 살다 보면 난간에 올려 둔 물건이 떨어지거나, 생각 없이 창밖으로 담배꽁초를 던지고, 침까지 뱉는 경우가 있다. 아파트 현관을 들어서거나 나서는 순간 이런 일을 당한다면 몹시 불쾌할 일이다. 그렇다고 처벌만으로 이런 일이 해결될 수 있나?
상계동부터 시작해서 지금 노원구는 오래된 아파트를 재건축해야 한다고 법석이다. 안전진단을 통해 안전하지 않은 아파트임이 증명되면 축하 현수막을 내걸 정도이다.
신통기획을 부린다 해도 그리 가까운 시일 내에 진척될 것 같지는 않다. 예산까지 지원받아 십수억원의 배관망 교체공사까지 하지 않았는가? 재건축을 위해 철거할 때까지는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
범죄심리 이론에 의하면 백주대낮 사거리보다 높은 벽으로 담장을 두른 곳에서 사건이 더 많이 발생한다고 한다. 목격자에 노출될 수 있는 장소는 범인들도 기피한다는 것이다. 활기찬 마을에는 보이지 않는 눈이 지켜주는 안전이 있다.
아파트 라인마다 있던 경비초소는 비어 있고, 줄어든 경비원은 3개월 단위 용역계약인 경우도 있어 거주민이 누군지 모른다. 이웃끼리도 인사를 안 하니 수상한 사람이 단지를 어슬렁거리고 있어도 분별하지 못한다. 출입구 차단기와 실시간 영상감시기도 사건 이후에나 소용 있다.
찬 바람이 불어오는 연말이면 늘 이웃돕기 행사가 열린다. 한해 잘 보낸 여유로움으로 주변을 둘러보자. 먼저 가까운 이웃부터 인사하는 게 안전한 행복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