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신문 1019호 사설
목적지향 세계관의 슬픈 연말
뭐든 훌륭한 것은 시간이 많이 걸린다
예전의 연말 풍경은 거리에 넘쳐나는 캐럴과 구세군의 빨간 자선냄비였다. 그것이 사라진 건 아마 국제통화기금의 구제금융을 받은 이후이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춥고 쓸쓸한 겨울을 이겨내는 것은 ‘희망’일 것이다.
올해도 희망온돌 따뜻한 겨울나기 우리동네 나눔캠페인이 시작되었다. 서울시의 목표액은 505억 7천만원, 그중 노원구는 자치구 평균 20억 2천만원의 1.5배인 32억 8천만원이다. 온정도 목표를 두고 추진하는 것이 좀 살벌하지만, 노원은 나눔이 더 따뜻한 동네이다.
이때쯤이면 국회에서부터 시작해 지방의회까지 일제히 행정사무 감사와 예산 심의에 나선다. 국회는 이미 9월부터 시작해 12월 9일이면 끝이 난다. 서울시의회도 12월 22일까지 45조 7230억원의 내년도 예산을 심의한다. 노원구의회도 11월 20일 정례회를 열어 행정사무 감사와 함께 내년도 구정 업무 계획을 보고 받고 예산안을 확정한다. 내년이면 우리의 삶이 또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두려움 가득한 희망을 가져본다.
기업에서도 성과를 분석하고 내년도 계획에 나서겠지만 성과에 제일 목마른 사람은 수험생이 아닐까?
지난주, 11월 16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실시되었다. 수능을 위해 나라 전체가 움직인다. 비행기 이착륙 시간과 기업의 출근시간도 조정한다. 대규모 행사와 집회는 자제한다. 외신에서는 신기한 나라로 보고한다. 시험 전부터 사교육 카르텔에서 시작해 킬러문항 배제까지 논란이 되었는데, 전국에서 50만여명이 응시해 12월 8일 성적이 통지된다. 운명의 시간인 것이다.
모두가 다 맞힐 수 있는 시험문제가 있을까? 그 한번의 시험으로 결정하는 것이 옳은가? 진학이 과연 인생을 행복으로 연결해 줄까? 많은 의문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수능성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가장 객관적이라고 믿는다.
우리는 목적지향, 성과지향의 사회이다. 전후 굶주린 빈곤국가에서 벗어나기 위해 뛰었던 압축 성장기에는 증산목표, 수출목표를 행해 달려갔다. 성과를 내고 목표를 초과 달성하면 달고 맛있는 보상을 주어진다. 더 높은 레벨의 목표를 가질수록 훌륭한 인재가 되었다. 빨리빨리’라는 말을 세계인이 다 알아들을 정도로 우리는 급하였고, ‘배달의 민족’다운 스마트 딜리버리 시장을 갖추었다.
교통체증은 참을 수 없다. 다음 신호를 기다릴 수 없어 깜빡일 때 뛰어서라도 가야 한다. 그 시간이면 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고, 할 수 있는 게 얼마나 많은데 길거리에 시간을 허비할 수 있나. 줄서기 문화도 상대에 대한 배려가 아니라 빨리할 수 있는 최선이기 때문이다. 양보는 싫다.
깊은 맛은 과정에서 나온다. 간장, 된장, 고추장, 김장김치가 그런 것 아닌가. 뭐든 훌륭해지는 건 시간이 많이 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