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종 작가 『백년 인생, 천년 나무를 탐하다』
천년 나무를 향해 걷는 10년 답사의 기록
“민족의 비극도 애달픈 백성들의 사연도 모두 듣고 보아오면서 오늘도 푸름을 잃지 않고 있는 나무가 바로 느티나무다. 그 세월 동안 많은 이야기를 간직한 느티나무는 전국에 수없이 많다.”
“무려 1300살이라 한다. 이렇게 나이 드신 할배와 할매가 있다니, 그 기나긴 세월을 살아오고도 정정하다니 정말 대단한 생명력이다. 기대와 설렘을 안고 그를 만나러 영종도로 간다.”
전국의 노거수를 찾아다닌 지 10년, 이정종 작가(전 노원문인협회 회장)가 지난 10월 15일 그 지난한 여정을 담아『백년 인생, 천년 나무를 탐하다』수필집을 출간했다. 작가는 21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코로나19, 예술로 기록’문학분야 선정작가이고, 작품은 2022년 서울문화재단‘예술창작활동지원사업’수필 부문 선정작이라는 두 가지의 영예로 잉태된 작품집이다.
작가는 책 제목을 “백 년도 못 사는 인생이, 천 년을 살 나무를 탐(探)하고 탐(貪)하고 탐(耽)한다.”로 풀이한다. 경외감, 장수에의 기복 등 몇백 년 이상 된 노거수를 대할 때의 마음이 여럿일 수밖에 없음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불과 건축, 수레와 선박 등에 두루 이용되며 인류 문명을 일으키고 진화시킨 소재가 나무다. 최근의 기후위기의 원인 중 하나도 산림의 훼손이다. 이처럼 나무는 인간의 삶과 불가분의 관계이다. 이 책에서도 그 일련의 이야기가 적재적소에 구성된다.
작가가 탐한 나무들은 궁궐과 절, 마을, 부둣가 등 모두 인간생활의 테두리 안에 있는 나무들이다. 그러다 보니 인간과 나무가 얽힌 전설과 역사, 고사와 일화, 나무의 이름 유래와 특징, 약성과 활용 등이 기술됐다. 그리고 나무와 얽힌 추억과 노래, 유명한 시도 삽입돼 예술성을 더한다. 뿐만 아니라 나무 보존에 관한 아쉬움도 토로한다. 천년 역사가 나무 나이테에 감겼듯 60여 년 내공의 방대한 지식이 이 책 318페이지로 압축됐다.
차례에서 열거된 나무만도 말채나무, 산수유나무, 느릅나무, 앵두나무, 복사나무, 뽕나무, 돌배나무, 모과나무, 이대, 오얏나무, 오리나무, 배롱나무, 은행나무, 서어나무, 산딸나무, 향나무, 팽나무, 소나무, 물푸레나무, 호두나무 등 34가지나 된다. 책갈피에 숨은 나무들까지 합하면 50종류가 넘을 것으로 보인다.
이 책에 따르면 조상들의 생활에 가장 많은 용도로 쓰인 나무는 물푸레나무와 오리나무다. 그러나 작가는‘나무의 황제’를 느티나무라고 했다. “전국에 보호수 1만 3000그루 중 느티나무가 7100그루”이며 “위로는 궁궐에서 아래로는 백성들의 생활 터전까지 심고 가꾸는 낯가림이 없다. 모두를 편안하고 포근하게 보듬어주는 넉넉한 나무”라며 느티나무의 덕을 기렸다.
이 나무들을 만난 곳은 박상진 교수의 궁궐나무 답사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다닌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을 비롯해 부여, 강릉, 인천 영종도, 화성, 보은, 연천, 천안 등 전국 각지이다. 마을의 명소 설명도 함께해서 여행 전 탐독하고 가면 ‘아는 만큼 잘 보게 될 것’이다. 굳이 10년 노정을 한꺼번에 따라가지 않고 책이 펼쳐지는 대로 읽으면 26만 그루의 호두나무가 있는 천안의 호두나무 시배지, 파리 샹젤리제 거리의 마로니에와 비슷한 칠엽수가 사는 덕수궁 선원전 터 등에 머물며 건물만 보던 시야가 넓어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공광규 시인은 “10년의 공이 깃들인 사진과 글을 읽어가면서 행간 곳곳에 배어 나오는 나무 냄새와 인문의 향기에 휩싸이는 광휘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 책을 통해 나무는 나무만이 아니고 개인과 마을과 국가와 민족의 발화지이며 역사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문장이 나무처럼 건강하고 푸르다.”는 서평을 남겼다.
노원신문 김명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