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끝으로 잇는 한중 서법의 인연
청허 김순환 “서예는 곧 그 사람”
하얼빈에서 맺은 사제의 정, 서울 무대로
청허(淸虛) 김순환 서예가가 스승 리원바오(李文寶) 하얼빈사범대학교 미술학원 교수를 서울로 초청했다. 오는 8월 12~14일 인사동 신상갤러리에서 열리는 ‘청허 김순환의 한중 서법교류 초대전’이 그 무대다.
이번 전시는 오래된 사제 관계가 양국 작가들의 공동 무대로 확장되는 자리다.
8월 12일 오후 3시 열리는 개막식에서는 한국과 중국 작가들이 나란히 붓을 들어 현장 휘호를 선보인다. 김순환 서예가와 리원바오 교수, 그리고 그의 문하생들이 서로 다른 필법으로 완성해 가는 작품을 관람객들이 직접 지켜볼 수 있다.
8월 13일에는 고려대학교 인촌기념관에서 ‘한·중 서법문화교류 및 캠퍼스 투어’ 행사도 열린다. 전 고려대 총장이자 현 한국법학원장인 이기수 원장을 비롯한 학교 관계자들이 참석해 양국 서법 교류의 기반을 다질 예정이다.
교류전이 끝나면 같은 갤러리에서 김순환 서예가의 세 번째 개인전 ‘서예와 인생전’이 8월 15~17일 사흘간 펼쳐진다. 이번 개인전의 특징은 ‘소품전’이라는 데 있다.
김순환 서예가는 그 이유를, 대작 위주로 꾸며지는 기존 서예 전시가 “전시장에서는 좋아 보이지만 전시가 끝난 후엔 어두운 상자로 들어가 생명력을 잃게 되는 아쉬움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엔 관람객이 오래 곁에 두고 볼 수 있는 소품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설명한다. “전시가 끝난 후에도 각 가정으로 가서 계속해서 숨을 쉬고 발전이 되게끔 하고 싶다.”는 게 바람이다.
김순환 서예가의 활동 원칙은 청나라 서예이론가 유희재의 말을 빌려 “서여기인(書如其人)”, 곧 “글씨는 그 사람과 같다.”이다. 그래서 전시마다 대중과의 소통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글자 한 자에서라도 그 글자가 말하는 깊은 뜻을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며 이를 통해 관람객들이 살아가는 동안 조금 더 행복해지길 바라고 있다. 이어 서예를 “입이 아닌 붓으로써 말을 하는 예술”이라고 정의하며, 붓을 놀리는 시간보다 어떤 글귀를 고를지 작품을 어떻게 구상할지 고민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쏟는다고 알렸다. 온몸의 생명력을 글자로 옮겨 담아, 그것을 본 이들이 좋은 기운을 받고 각자의 삶을 행복하게 꾸려가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이어 자신을 ‘서법 예술가’ 규정하며 대한민국의 서법을 세계에 알리는 것, 나아가 세계화시키는 일이 목표라고 밝혔다.
김순환 서예가의 예술철학의 핵심은 불교의 근본 교리인 ‘공(空) 사상’이다. 세상 만물은 홀로 고정불변하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조건과 관계 속에서 생겨나고 달라진다는 가르침이다. 이를 김순환 서예가는 “모든 존재는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서로 의존하며, 이러한 상호의존적 관계 속에서만 존재가 인정될 수 있다.”고 풀어낸다. 이 철학은 김순환 서예가의 이력과도 닿아 있다. 하얼빈사범대학교 미술학원 서법학 석사 연구생 과정을 유일하게 졸업한 한국인이라는 개인적 성취를, 같은 대학 국제교육학원의 종신 서법 명예교수직과 고려대학교 교우회 상임이사·초빙 서예강사 활동으로 확장해 왔다. 지난 5월 21일에는 서예와 한자 교육, 한중 서법 교류에 힘쓴 공로로 '대한민국 효행대상' 국가발전사회공헌대상도 수상했다. 노원구에서는 고려대학교 노원교우회 수석자문위원과 경주김씨 노원구종친회 수석부회장직을 맡고 있다.
노원신문 김명화 기자 mhybk@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