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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궁사 천삼백 살 할배나무 - 이정종

기사입력 2025-09-19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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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길 시 하나22
 

용궁사 천삼백 살 할배나무

이정종 노원문인협회 자문위원

 

일천삼백 년 인간사 들어주다

썩어 텅 빈 저 속

 

그래도 영험한 신기 남아있다고

알록달록 소원지가 가득

 

그녀와 나

두 손 모아 수심 하나 보태고 왔다

 

-노원문협 디카시집 앵글에 담은 서정

 

고목의 옹이구멍을 보면 치아 없는 할머니의 입 모양 같다. 아픈 이가 빠지기까지 찬물을 물었다 뱉으며 고통을 견뎠을 우리 조상들은 자연물에 의지했다. --3단 구성을 갖춘 이 시에선 영종도 용궁사 느티나무가 신물(信物)로 등장한다.

느티나무는 암수한그루인데 옛사람들은 나무 모양을 보고 할배, 할매 나무로 구분했다고 한다. 용궁사 할매나무는 건강 상태가 안 좋은 모양이고, 이웃한 할배나무도 높이 20m로 크고, 둘레도 6m쯤 되지만 줄기가 반 이상 썩었다고 한다. 시인의 남다른 시각은 이를 인간사 들어주다 썩어버렸다고 하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

두 어르신 나무 모두 인간에게 관심과 보살핌을 바라여야 하는 지경인데도 사람들은 계속 노거수에 소원을 빈다. 시인도 소원을 빌면서 이를 수심 하나 보태고 왔다.”고 기술한다. 인간의 수심(愁心)이 속 빈 나무의 수심(樹心)이 되는, 동음이의어를 이용한 중의적 표현이다.

사람은 나무에 소원을 빌며 긍정적 기운을 얻고, 나무는 사람에게 돌봄을 받으니 수심 보태기는 서로에게 유리한 일인 것이다.

노원신문 김명화 기자 mhyb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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