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길 시 하나 20
아침 지하철
피덕희 노원문인협회 회원
가랑비 내리는 아침
연잎 위를 미끄러지는 방울들
투명한 방울들
또독, 또독
서로를 다독이는
물의 굽소리로
물밑은 어둡지 않아
앉은 듯 선 듯
걱정은 우리에게
미래가 있다는 뜻
헤엄치는 모두에게 달린
부레 같은 것
시간의 물살을 밀며
어깨 위로
빗살무늬 하늘이 열리고 있다.
-제2시집 『빈 들판의 노래』
2012년 서울지하철 스크린도어 공모에 당선돼 게재됐던 시다. 걱정은 ‘헤엄치는 모두에게 달린/ 부레 같은 것’이라는 비유가 와닿는다.
우리는 오늘을 살면서도 내일을 걱정하느라 오늘이 즐겁지 않다. 하지만 너무 편안함만 추구하면 위험에 대한 경계심이 약해져 행복이 지속되기 어렵다고 한다. 생존을 위해 '걱정은 물고기의 부레'처럼 꼭 필요한 것이다. 성경에서는 안일한 삶은 죄에 머무르기 쉽고, 결국 멸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래서인가, 신실한 시인은 부지런히 시를 써서 여러 권의 시집을 냈다.
혼잡하고 고단한 출근 시간에 전철이 빗속을 지나는 동안 시인은 ‘비 내리는 날 물고기가 노는 연못 그림’을 완성했다. ‘시간’이라는 추상적 개념을 ‘물살’로 구체화한 ‘시간의 물살’이 돋보인다.
노원신문 김명화 기자 mhybk@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