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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타너스 - 이상헌 노원문인협회 부회장

산책길 시 하나19

기사입력 2025-08-23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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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길 시 하나19

플라타너스

이상헌 노원문인협회 부회장

 

초등학교 교정에서
너를 처음 보았다
운동장 한켠에서
우람한 몸통과 가지를 자랑하며
교실을 품고 있었지
내가 가장 큰 나무로 여겼던
동네 당산 느티나무보다 크고
넓은 잎과 가지에 달린 방울
이국적인 모습과 이름이 경이로웠다
너의 높은 가지 끝을 올려다보기 위해
교정 울타리에 등을 기대고도
너의 높은 가지 끝을 보지 못했다
내가 상급학교에 진학 후
몇 해가 지난 다음 너를 찾았을 때는
가지들은 잘려 나가고
몽땅 연필이 되어 운동장에 서 있었다
또 몇 해가 지난 다음 너를 찾았을 때는
너는 보이지 않고
넓은 운동장이 펼쳐져 있었다
너는 기억 속에 존재하는 나무가 되어 있었지
도시의 거리에서
다시 너를 보았다
일정한 거리를 두고 줄지어 서서
푸른 잎으로 젊음을 자랑하고 있었지만
교정을 덮을 듯한 가지와
하늘을 찌를 듯이 높았던
가지들은 보이지 않았다
내 어린 시절의 꿈과 이상들이
성장해 가면서 하나씩 잘려 나가
흔적만 남았듯이
너와 나는 같은 처지가 되어 있었다

 

-시여시낭 동인지 시 읽는 여자 시 쓰는 남자

 

신상계초등학교 운동장 가에 큰 은수원사시나무가 있었다. 졸업생들에겐 엄마 같은 나무였는데 리모델링하며 그루터기만 남았다가 그조차 사라졌다. 이 시의 화자도 비슷한 경험과 아쉬운 감정을 토로한다.

화자가 무엇을 보고 있는가 생각하며 화자의 눈앞에 있는 세계를 떠올려 보면 그 내면세계 파악이 가능해진다. 김현승 시의 플라타너스가 동반자라면 이 시에서는 동일시 대상이다.

가로수 플라타너스는 11월이면 닭발같이 강전지돼서 살 수 있을까 싶은데 이듬해 곰털모자 쓴 영국근위병처럼 땡볕에 일렬로 서있다. 영양과잉의 시대인데 버즘도 잔뜩 피어있다.

도시라는 공간에 갇혀 자랄 수 없어도 한 방은 있다. 무심한 듯 떨구는 방울이 누군가를 맞히기도 하면서 미래로 구른다. 시인의 한 방은 쓸쓸한 자아를 전지된 플라타너스에 조응시킨 점이다. 곧 굵은 나무로 성장하는 길이다.

노원신문 김명화 기자 mhyb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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