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길 시 하나13
매미
이설현(노원문인협회 이사)
누런 옥수수밭
이슬 맺힌 거미줄에
몸통 잃은 은빛 날개만 반짝입니다
나무에서 우는
매미들의 곡소리
폭염으로 쏟아집니다
-시여시남 동인1집 『시 읽는 여자 시 쓰는 남자』
어느 해 강화대교 건너 더러미포구를 지나 육필문학관에 간 날, 문인들이 시를 진지하게 논하는 세미나장을 나와 뒷마당에 멍석만 한 거미줄을 구경했다. 지름 1.5미터가 넘는 정교한 그물이었다. 집주인은 보통 크기의 거미였다. 본 걸로 끝이었다.
이 시가 돋보이는 건, 시가 모시적삼처럼 군더더기 없이 정갈하다는 점과 청각적 심상인 ‘곡소리’를 촉각인 ‘폭염’으로 감각적 전이(공감각적 심상)를 일으킨 점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시인이 매미 소리를 동족의 죽음을 애도하는 곡소리로, 시적 상상력을 발휘해 시를 직조해낸 점이다. 깊은 내공이 느껴진다.
‘시란 시인의 몸을 빌려 흘러나오는 우주의 노래’라고 한다. 시인은 그걸 받아 적는 사람이다. 매미소리를 ‘폭염으로 쏟아지는 곡소리’로 받아적은 이설현 시인의 받아쓰기 공책이 궁금해진다.
노원신문 김명화 기자 mhybk@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