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연주하고, 기억을 나누고, 다시 연결되는 시간
주민주도 마을복지 프로젝트 '인생 한 곡, 삶의 기록'
주민 활동가 박군자, 평범한 주민들의 꾸준함이 빚어낸 결실
북부종합사회복지관(관장 김경태) 행복샘터에서는 지난 3개월 동안 매주 금요일, 특별한 음악과 따뜻한 이야기 소리가 흘러나왔다. 음악 활동과 글쓰기 통합 프로그램 '인생 한 곡, 삶의 기록'이 진행된 것이다. 이 프로젝트가 더욱 뜻깊었던 이유는 복지관이 일방적으로 준비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우리 동네 주민이 직접 기획하고 이끌어간 주민 주도형 활동이었다는 점이다.
이번 프로젝트의 기획 및 진행을 담당한 박군자 선생님은 25년 이웃의 소개로 우연히 복지관을 알게 된 후 피아노 교육자로의 전문성을 살려 아동 피아노 지도 재능기부를 시작하며 인연을 맺었다. 그리고 올해 초, 단지 피아노 레슨이 아닌 한 곡 완성을 통한 성취감 경험, 글쓰기로 삶을 회고하고 공감토크 및 리듬 합주로 이웃 관계의 연결을 돕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사회복지사와 함께 지역사회 특성을 반영하여 다듬어 나갔다.
그렇게 60세 이상 1인 가구의 고립을 예방하고 관계망 확장을 돕는 주민 주도형 마을복지 프로젝트 '인생 한 곡, 삶의 기록'이 탄생했다.
1달 반의 홍보와 모집을 거쳐 프로그램 첫 회기에 참여한 주민들은 컵타, 삐용스틱 등 색다른 악기를 접하고 음악 감상, 공감 토크, 글쓰기, 피아노 레슨까지 이어지는 종합 선물세트 같은 활동을 시작했다. 설렘과 걱정, 기대와 부담감을 느꼈지만 ‘이 나이에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막막했던 마음은 주민 활동가의 열정 어린 진행과 격려, 사회복지사의 다정한 조력으로 차차 세상 밖으로 걸어 나올 용기로 채워졌다.
난생처음 배우는 피아노가 낯설고 건반 위 '도'를 찾는 것도 어려웠던 참여 주민들은 매주 복지관을 찾아와 피아노를 연습했다. 서투르지만 포기하지 않았던 그 꾸준함은 마침내 꽃처럼 피어났다.
지난 6월 28일에는 7명의 참여 주민이 그동안 연습한 각자의 '인생 한 곡' 피아노 연주를 70여명의 관객들 앞에서 선보였다. 살아온 시간만큼의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담긴 '삶의 기록' 낭독은 듣는 이들에게 깊은 감동과 여운을 전했다. 완벽하지 않아도, 끝까지 해내는 묵묵함이 평범한 사람들의 위대한 용기임을 일깨워준 세상 하나뿐인 발표회였다.
발표회에 참석해 과정을 지켜본 가족, 이웃, 지역주민들의 호평도 이어졌다. 상계1동 이광애 동장은 “노인은 보호의 대상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는 시도는 그동안 생각해 본 적 없던 신선한 충격이었다. 지역사회를 위해 애써주신 노고에 감사드린다.”며 감동을 전했다. 주민복지협의회 곽종상 회장 역시 “지역사회에 새로운 희망과 자신감을 심어주는 프로그램”이라며 “더 많은 어르신이 참여할 수 있도록 운영되기를 바란다.”고 아낌없는 격려를 보냈다.
최종 평가 간담회에서는 참여 주민들이 직접 쓴 글을 묶은 특별한 개인 문집을 선물했다. 표지마다 각자의 이름을 발견한 주민들은 "이 나이에도 무언가 배우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이번 경험이 앞으로도 큰 힘이 될 것 같다." "인생 한 곡, 삶의 기록에 참여한 것은 행운이었다. 인생에 다시 없을, 최고로 행복한 시간이었다."며 잔잔한 소회를 전했다. "고단했던 과거의 시간을 털어내고 치유의 숲에 들어갔다 온 기분" "꺼낸 적 없던 나의 아픔들을 이제 끊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참여 주민들의 진솔한 소감에서 이번 프로젝트가 일군 정서적 치유 효과를 읽을 수 있었다.
프로젝트가 남긴 가장 소중한 보물은 바로 '사람'이다. 1인 가구 주민들은 매주 만나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며 서로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함께 악기를 연주하고 삶을 돌아보며 울고 웃는 동안, 서로의 심리적 빈자리를 채워주는 지지망이 동네 안에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것이다. 이제 참여 주민들은 복지관이나 골목길에서 만나도 반갑게 인사하고 안부를 묻는 이웃사촌이 되었다.
이날 복지관은 주민 주도형 지역 복지 실천의 든든한 파트너가 되어주신 박군자 선생님을 ‘주민 복지코치(음악 및 글쓰기 부문)’로 위촉하여 감사의 마음과 최고의 예우를 전하였다. 박군자 선생님은 “‘노년의 삶은 무엇을 다시 살아 움직일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이번 프로그램 안에서 참여 주민들은 배우고 표현하고 완성하고 서로를 응원하는 주체가 되었다. 발표회를 통해 주민들이 보여준 용기, 참여, 연결, 그리고 삶의 힘은 저에게도 지역사회에도 깊은 여운을 남겼다.”며 인생은 결국 관계를 잇는 것임을, 완성보다 중요한 것은 완성 경험임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되었다고 밝혔다.
북부복지관 김선중 과장
노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