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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일 2026-07-09 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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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릉동 20년째 지하상가를 밝히는 불빛

삼익수퍼렛 황문철, 안영미 부부의 하루

기사입력 2026-07-04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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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째 지하상가를 밝히는 불빛

삼익수퍼렛 황문철, 안영미 부부의 하루

공릉동 삼익포레스트아파트 옆 삼익상가 지하. 한때 주민들의 발길로 북적이던 이곳은 이제 빈 점포가 하나둘 늘어나며 예전만큼의 활기를 찾아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변함없이 불을 밝히는 가게가 있다. 20년 가까이 자리를 지켜온 삼익수퍼렛과 그 옆 작은 분식집 꼬마김밥(공릉로 4628 02-976-7500)’이다.

슈퍼를 운영하는 황문철 대표와 분식집을 맡고 있는 안영미님은 부부다. 두 사람은 20075월 결혼하고 한달 뒤인 61일 이곳에 슈퍼를 열었다. 황문철 대표의 아버지가 오랫동안 슈퍼를 운영했다고 한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며 동네 상권도 크게 달라졌다. 대형마트와 인터넷 쇼핑이 일상이 되면서 동네 슈퍼를 찾는 발걸음은 점차 줄었다. 변화하는 소비 환경 속에서 부부는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고민했다. 부인 안영미님은 TV 프로그램 어쩌다 사장을 보며 아이디어를 얻었다. “혼자 와도 부담 없이 한 끼 먹고 갈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슈퍼 옆에 작은 분식집을 열었다.

분식집 대표 메뉴인 꼬마김밥과 라면, 떡볶이, 열무국수, 제육볶음 등 식사 메뉴는 물론 닭발 등 안주 메뉴도 함께 판매한다. 예약 손님에게는 원하는 음식도 직접 준비해 준다. 과거 호프집을 운영했던 경험을 살려 손맛을 이어오고 있다. “원래 음식 만드는 걸 좋아한다. 특별한 비법이 있다기보다 신선한 재료와 정성, 손맛으로 음식을 만든다.” 이어 가게가 어떤 공간으로 기억됐으면 좋겠냐는 질문에 혼자 오셔도 부담 없이 식사하고 쉬어갈 수 있는 편안한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슈퍼는 오전 9시에 문을 연다. 분식집은 오후 9시까지, 슈퍼는 밤 11시까지 운영하며 하루 대부분을 주민들과 함께 보낸다. 가게에는 자연스럽게 단골도 생겼다. 거의 매일 점심을 먹으러 찾는다는 73세 공릉동 주민 김공릉(가명)님은 주변에 일이 있어서 왔다가 점심으로 된장찌개를 먹으러 들어왔는데 사장님이 열무국수도 한번 맛보라며 내주셨다. 그 맛에 반해 거의 매일 오고 있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으셨다. 이어 "필요한 물건도 사고 사장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다 보면 시간이 금방 간다. 산악회도 함께 갈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 주셔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오래도록 이 자리에 남아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슈퍼 역시 단순히 물건을 파는 공간이 아니다. 오래된 단골들은 필요한 물건을 사러 들렀다가 안부를 묻고, 잠시 이야기를 나눈 뒤 돌아간다. 부부는 손님들의 취향을 기억해 준비해 둘 만큼 오랜 시간 동네와 함께했다. 공릉1동 복지협의회에서 이웃을 돌보는 봉사활동도 하고 있다. 

황문철 대표는 동네 상권의 변화를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지켜봤다. 과거에는 원자력병원과 서울과학기술대학교, 한전 인재개발원 등 인근 기관 직원들이 부서별 간식이나 생필품, 행사 물품을 주문하는 일이 많았다. 직접 배달을 다니는 것도 중요한 일상이었다. "예전에는 병원이나 학교, 연수원에서 과자나 음료, 필요한 물품을 주문하면 배달을 많이 다녔다. 코로나 전후에도 거래는 이어졌지만 인터넷 주문이 편리해지면서 점차 온라인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졌다. 동네 슈퍼만의 경쟁력이 무엇인지 늘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도 황문철 대표는 아버지가 운영하는 가게 일을 함께 돕는다. 인터넷 주문이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 주민들이 여전히 동네 슈퍼를 찾는 만큼 직접 물건을 챙겨드리거나 배달을 돕는 일도 이어가고 있다.

삼익상가 지하에는 이들 부부 외에도 캐리어와 골프가방을 수선하는 되살림 가게, 의류 수선집 등 오랜 세월 한자리를 지켜온 작은 점포들이 여전히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주민들의 일상과 맞닿은 가게들이 상가의 시간을 묵묵히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빠르게 변하는 소비 환경 속에서 동네 상권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삼익수퍼렛과 꼬마김밥은 오늘도 변함없이 문을 연다. 장을 보러 온 주민이 점심을 먹고, 잠시 쉬어가며 안부를 나누는 공간. 오래된 단골의 발걸음과 짧은 인사가 이어지는 이 작은 지하상가는 오늘도 묵묵히 동네의 일상을 지켜가고 있다.

노원신문 이주현 기자 dwg073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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