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신문 1121호 사설
선거, 시민의 권력에 고개 숙이는 절차
민주주의 시민의 지방자치 참정권
우리는 서울시민이다.
시민(市民, citoyen)은 그냥 서울시에 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구성원으로 권리와 의무를 가진 사람이다. 중세 봉건 왕권을 무너뜨리고, 스스로 타고난 인권과 함께 공화정을 만들어 참정권을 쟁취한 사람, 주권자이다. 이들은 합리적 의사 결정 능력을 가지고 주체적으로 공공 정책 결정에 참여하는 사람, 바로 유권자이다.
우리가 배운 교과서 속의 고대 그리스는 지역 단위로 도시국가를 이루고, 그 거주민들이 세금과 전쟁, 지도자를 결정하는 민주주의를 실행했다. 공화정과 지방자치의 뿌리가 되었다.
오늘날의 서울(에 사는)시민은 수만 가지 관계에 오만 가지 생각으로 각자의 이상을 추구한다. 누구 하나 같지 않고, 그 이해가 하루 사이에도 변할 수 있다. 그 다양한 욕구와 목소리를 대변하라고 ‘선거’를 한다.
오는 6월 3일 치루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광역 시장‧도지사와 의원, 기초 시‧군‧구의 단체장과 의원, 그리고 시도 교육감을 선출한다.
후보자 등록이 마감된 5월 15일 전국 307개 선거구에서 513명의 후보자가 당선돼버렸다. 경기도 시흥시장, 광주 남구와 서구청장은 야당 후보가 없어 시민들은 선택의 기회조차 없이 단체장을 맡게 되었다. 노원구에도 구의원 21명 중 9명이 시민의 투표 없이 결정되었다. 무려 42%이다. 다른 선거구에서도 당선자가 결정된 듯 후보자가 잘 보이지 않았다. 이런 경우는 없었다.
애초 지방자치법에는 중앙정치 예속을 우려하여 정당 개입을 제한했다. 2005년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기초의원의 정당공천이 허용되고, 비례대표도 도입되었다. 정당의 책임정치를 강화한 것이다. 정당의 인재풀과 정치인 발굴, 그리고 경선을 통한 인재 발탁과정을 인정한 제도이다.
그런데, 정당은 중앙정치의 지배를 강화하여 지역 현안보다 정당 대결에 나설 인력을 낙점하는 선거로 만들었다. 시민의 참정권을 박탈하는 장치가 되었다.
유권자는 선거를 통해 대리인을 결정한다. 그러기 위해 성장과정부터 공동체에 대한 관점, 도덕성, 공약과 능력을 살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낙마하는 경우를 무수히 봐왔다. 그런데, 정당의 ‘가’번 후보는 당선이 당연하다고 정보공개를 제한해 유권자의 평가를 거부했다.
선거는 시민의 대변자가 되려는 사람에게 정치에 입문하는 통과의례이다. 선거운동을 통해 시민의 목소리를 듣고, 시민의 권력에 고개 숙이고, 시민에게 자신의 능력을 바치겠다고 다짐하는 고된 과정이다.
알을 깨지 않은 새, 탈피의 과정 없는 나비가 대량생산된다면 자신의 날개로 날 수 있을까?
선거를 치르지 않은, 유권자의 심사를 받지 않은 ‘의원’은 공천자의 권력 앞에서 시민의 목소리를 대변할 책임감을 느낄 수 있을까? 아니, 시민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는 이유를 자각할 수 있을까?
빈약한 의식, 무모한 공약조차 걸러내지 못하는 지방선거로 민주주의 지방자치를 지켜내기가 녹록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