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현의 2교시 탐구생활
SNS를 끊는다고 건전한 사회생활이라고는 할 수 없다
요즘은 SNS가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아 ‘SNS를 많이 사용하지 않는 것이 사회적으로는 건전하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반대로 “요즘 시대에는 SNS를 통해 다른 사람들과 계속 연결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이탈리아 파도바대학 연구팀은 사춘기 청소년들을 수년간 추적한 결과, SNS는 우정을 깨뜨리는 장치도, 키우는 장치도 아니라 원래 인간관계를 ‘증폭’시키는 것에 가깝다고 보고했다.
이 연구는 25년 12월 6일자 『Computers in Human Behavior』에 게재되었다.
▲SNS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사람은 건전한 사회생활을 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최근 몇 년간 “SNS는 정신에 해롭다.” “스크린 타임(screen time. 유튜브 시청, 게임, 학습 앱, SNS 등 디지털 화면을 보는 총 시간)이 길수록 유해하다.”는 주장이 반복해서 제기되어 왔다. 이에 따라 ‘그렇다면 차라리 SNS를 안하는 것이 더 건전하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하지만 연구팀은 이 관점에 큰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실제 사용 방법은 ‘오랫동안 휴대전화를 만지고 있는지 여부’만으로는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은 단순히 타임라인을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근황을 올리거나, 친구의 게시물에 댓글을 달거나, 온라인으로 고민을 털어놓는 등 다양한 행동을 하고 있다. 단순히 ‘얼마나 시간을 썼는가?’만으로는 이 차이를 알 수 없다.
이에 연구에서는 네덜란드의 10~15세 학생 1211명을 대상으로 수년에 걸친 3차례로 구성된 종단연구를 수행했다. 조사에서는 SNS를 포함한 소셜 미디어에서의 행동을 자세히 물었다.
• 수동적인 열람횟수(타임라인을 보는 빈도)
• 내 게시물 업로드 빈도
• 친구에게 반응(좋아요와 댓글)의 빈도
• 감정이나 개인적인 일을 얼마나 온라인으로 털어놓는지(온라인 자기 공개)
또한 ‘소외감에 대한 불안(FoMO)’, ‘온라인으로 대화하는 것이 더 편하다고 느끼는 경향(POSI)’, ‘인기와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동기’와 같은 심리적 동기도 측정했다.
또한 친구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친밀함·신뢰·서로 돕는 등 ‘우정의 질’을 초기와 몇 년 후의 조사에서 함께 평가했다.
그리고 통계기법을 활용해 SNS 활용 방식을 적당히 모든 것을 활용하는 ‘전방위형(All round)’, 거의 사용하지 않는 ‘저활용형’, 감정을 잘 털어놓는 ‘높은 자기개방형’, 자기 어필이 강한 ‘자기지향형’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누었다.
흥미로운 점은 ‘저활용형’ 청소년들은 조사 초기에 우정의 질이 다른 유형보다 낮았으며, 그 경향이 몇 년이 지나도 거의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반면, 전방위형이나 높은 자기개방형 청소년들은 중·고수준의 우정의 질을 유지하고 있었다. 즉, 'SNS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 인간관계가 건전하다'는 단순한 도식은 이 데이터와는 맞지 않았다.
◆ SNS는 우정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보여주는’ 것
우선 중요한 것은 인과관계의 방향이다. 저활용형 청년들이 조사 초기부터 이미 다른 유형에 비해 우정의 질이 낮았으며, 그 상태는 몇 년 후 추적 시점에서도 거의 변하지 않았다. 즉, ‘SNS를 사용하지 않아서 고립된’ 것이라기보다, 원래 친한 친구관계가 약한 청소년들이 SNS에서도 교류 기회를 거의 갖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반면, 전방위형 청소년은 조회·게시·리액션·자기 공개를 모두 중간 정도의 빈도로 하는 유형입이다. 이 그룹은 전체적으로 우정의 질이 중~고 수준으로 안정적이었다.
SNS 상의 교류는 현실 친구관계의 연장선에 있으며, 기존 관계를 유지하는 ‘연락 수단’으로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높은 자기 공개형 청소년은 감정이나 개인적인 일을 온라인으로 자주 털어놓는 유형이다. 이 그룹에서는 불안이나 우울과 같은 지표가 다소 높은 반면, 우정의 질 자체는 전체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경향이 있었다. 직접 대면에서는 말하기 어려운 약점이나 고민을 온라인에서 더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고 느끼는 청년들이 SNS를 활용해 친구와의 연결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 SNS가 정신적으로 힘들 때 ‘보조 수단’처럼 작용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리고 대조적인 것이 자기 중심형이다.
이 유형은 자신의 게시물이 많고, 관심이나 중요성(status)을 추구하는 동기가 강한 그룹이다. 이 그룹에서는 추적기간 동안 우정의 질이 약간 감소하였다.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게시물이 중심이 되면, ‘보여줄 사람’은 늘어나도 ‘서로 의지할 수 있는 친구’가 만들어지기 어려울 수도 있다.
연구팀도 자기 어필(자신의 매력이나 의견을 타인에게 호소하는 행위) 중심의 이용은 장기적인 친밀감과 연결되기 어려울 가능성을 진단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이 연구는 ‘SNS가 좋은가 나쁜가’라는 단순한 질문에서 ‘누가, 어떤 동기로, 어떻게 사용하는가’라는 관점으로 전환하도록 촉구하고 있다.
SNS는 고립된 청소년들을 자동으로 구해주는 마법 같은 도구는 아니지만, 원래 가지고 있던 친구와의 관계를 유지하는 데는 도움이 된다. 또한, 직접 대면으로 이야기하기 어려운 젊은이들에게는 자신의 감정을 전달할 수 있는 하나의 채널이 될 수 있다. 반면, 인정욕구만 강해지는 식으로 사용하면 오히려 관계가 약해질 위험도 있다.
물론, 이 연구에는 한계가 있다. 조사는 네덜란드 청년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문화나 학교 환경이 다른 국가에서 동일한 결과가 나올지는 알 수 없다.
또한, 친구가 온라인에서 알게 된 사람인지, 학교나 지역에서 알게 된 사람인지를 엄격히 구분하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연구가 보여주는 것은 “SNS를 많이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사회생활이 건전하다고는 할 수 없다.”는 점이다.
중요한 것은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관계없이 ‘신뢰할 수 있는 친구와의 연결을 어떻게 키워 갈 것인가’이다.
Staying off social media isn’t always a sign of a healthy social life
https://www.psypost.org/staying-off-social-media-isnt-always-a-sign-of-a-healthy-social-life/
정순현의 티스토리 – ‘Why, 궁금해 궁금해’ http://ququ99.tistory.com
노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