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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보다 편리해졌는데도 ‘점점 힘들어’ 이유는 인류 진화의 느림

정순현의 2교시 탐구생활

기사입력 2025-12-27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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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현의 2교시 탐구생활

옛날보다 편리해졌는데도 점점 힘들어

이유는 인류 진화의 느림

'인터넷이나 휴대전화가 없던 시절엔 어떻게 지냈을까?' 현대 생활에 익숙해진 우리는 자주 그런 의문을 갖게 된다. 확실히 20~30년 전의 생활도 그 시대를 산 사람에게조차 떠올리는 것이 쉽지 않다. 이제 연락 수단도, 취급할 수 있는 정보량도, 도시 간의 이동에 걸리는 시간도 옛날과는 현격하게 차이가 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옛날에 비해 살기 힘들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이러한 느낌은 우리 신체의 진화 속도와 깊게 관련되어 있을 수도 있다.

인간의 신체는 수십만 년 동안 수렵채집 생활에 맞춰 진화해 왔다. 그러나 최근 수백 년 동안 우리가 사는 세계는 완전히 변하고 있다. 스위스의 취리히 대학(University of Zurich)과 영국 로프버러 대학(Loughborough University)의 연구팀은 진화 생리학의 시점에서 생리학 연구, 역학 데이터, 도시와 농촌의 비교 연구, 진화 의학의 연구 등 폭넓은 연구보고서를 정리해, 공업화·도시화가 진행된 현대 환경이 인간의 기본적인 신체 기능에 어떠한 영향을 주고 있는지를 검증했다.

그 결과 현대의 급격한 환경 변화가 인간의 신체 구조와 여러 부분에서 맞물리지 않게 되었고, 그것이 과도한 스트레스 반응으로 이어지고 있을 가능성이 떠올랐다. 자세한 연구 내용은 25117일 과학잡지 Biological Reviews에 게재되었다.

 

석기시대 사양의 신체 vs 공업화된 세계

자동차의 소음, 네온의 빛, 배기가스, 그리고 스마트폰의 알림 소리. 그것들은 많은 사람에게 당연한 모습이지만, 진화의 역사에서 보면 인류에게 있어서 '얼마 전에 막 튀어나온 매우 특수한 환경'이다.

인간의 신체는 대략 20만 년 이상에 걸친 수렵채집 생활을 통해 만들어져 왔다. 낮에는 바람이나 흙냄새 속을 걷고, 밤에는 캄캄한 환경에서 쉬고, 동료의 얼굴을 보면서 의사소통을 하고, 자연의 리듬에 맞추어 생활했다. 이러한 환경에 맞추어 체온 조절이나 면역체계의 움직임, 스트레스 반응의 구조는 조금씩 안정되어 온 것이다.

그런데 산업혁명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수백 년 동안 세계는 급격히 변했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 후에는 화석연료 이용, 플라스틱 제품 보급, 고층 빌딩 건설, 24시간 계속 움직이는 대도시가 한꺼번에 확대되었다.

연구팀은 이 급가속한 세계‘Anthropocene(人類世인류세)’라고 부르는 새로운 시대의 상징으로 잡았다. 우리는 지금 자연의 환경보다 인공물에 둘러싸인 공간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고 밤에도 가로등과 실내의 불빛으로 낮과 같은 밝기에 노출되어 있다. 이러한 인공적인 환경은 인간의 몸에 다양한 '보이지 않는 과부하'를 주고 있다고 연구팀은 말한다.

대기오염은 폐뿐만 아니라 염증반응을 통해 전신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밤의 밝은 빛은 생체시계를 조정하는 멜라토닌이라고 하는 호르몬의 분비를 방해하고 수면의 질을 하락시킨다. 농약이나 플라스틱 유래의 화학물질은 미량으로도 장기적으로는 호르몬의 기능을 흐트러뜨릴 가능성이 있다.

또한 현대 생활은 자연 속에 많이 존재하는 세균이나 미생물과 접촉할 기회가 줄어들기 때문에 면역체계 발달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래서 연구팀은 지금까지 발표되어 온 많은 연구를 자세하게 비교해 공업화나 도시화가 인간의 생식(번식면역·인지·체력·스트레스 반응에 어떻게 관여하고 있는지를 분석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뚜렷한 것은 생식 기능(암수동물 등이 교배를 할 때 나타내는 구애, 사정 등의 기능)에 미치는 영향이다. 전 세계적으로 출산율이 하락하고 있는 배경에는 경제 상황뿐만 아니라 화학물질과 대기오염 등의 환경 요인이 정자의 수와 질, 호르몬의 작용에 영향을 미치고 있을 가능성이 나타나고 있다.

또한 면역기능과 인지기능에도 흥미로운 경향이 있다. 도시지역에서는 녹지나 자연과 접촉할 기회가 적기 때문에 감염병이나 알레르기, 염증성 질병이 증가하기 쉽다는 보고가 있다.

소음이나 인공 빛은 뇌의 기능에도 영향을 주어 주의력이나 기억의 유지가 어려워질 수 있다.

체력 면에서는 밖에서 몸을 움직일 기회가 줄어든 결과,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지구력과 근력이 떨어지기 쉬운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연구팀은 생식이나 면역 등의 기능을 횡단해 악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스트레스 반응의 과잉 작동에도 많은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원래 스트레스 반응은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단시간만 작동하는 구조이다. 그러나 현대에는 소음, , 업무 마감, SNS 알림, 전 세계 뉴스 등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자극으로 스트레스 반응이 하루 종일 켜진 상태로 남기 쉬운 상황이 되고 있다. 이에 의해 호르몬 균형이나 수면이 깨져 면역기능이 떨어지고, 컨디션 전체가 불안정해지기 쉬워지는 것으로 보인다.

연구팀은 기술의 진보에 의해 생활의 편리성이 높아진 반면, 인간의 신체가 본래 예정하고 있는 환경과의 사이에 큰 차이가 생겨, 결과적으로 심신의 부담이 증가하고 있을 가능성을 있다고 말한다. 현대인의 삶의 어려움의 배경에는 기술의 진화와 신체의 진화의 속도 차이가 낳은 큰 간극이 가로놓여 있을 가능성이 크다.

마음을 앓는 사람이 많은 것도 진화적인 불일치(mismatch)?

우리 몸은 위험으로부터 순식간에 몸을 지키기 위한 스트레스 반응이 있다. 숲속에서 사자를 만났다고 상상하면 알기 쉽다. 몸은 한순간에 심박수를 올리고, 혈압을 높이고, 근육에 많은 양의 혈액을 보낸다. 이것은 달려 도망칠지, 싸울지 판단을 몇 초 이내에 하기 위한 매우 오래된 방어 시스템이다.

이 스트레스 반응은 단순한 마음의 문제가 아니라 행동, 호르몬, 생리 상태, 그리고 유전자의 발현 수준에 이르기까지 다단계로 조정된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이 있음으로써 인간은 순간적으로 발생한 생명의 위험에 대해 빠르게 반응할 수 있도록 진화해온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자동차나 공사 소음이 끊기지 않고 SNS나 문자 알림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현대 사회에서는 이 스트레스 반응이 하루에도 몇 번씩 터진다. 그리고 전세계의 뉴스가 항상 전해져 멀리 있는 분쟁과 재난정보까지 우리의 마음을 자극한다.

이러한 작은 자극의 축적은 몸에 있어서 항상 사자가 나오는 세계와 다르지 않다. 스트레스 호르몬이 길게, 높은 상태가 되면 몸은 휴식 리듬을 유지할 수 없게 되고 수면이 얕아진다. 그 결과 생체시계가 깨지고 면역기능이 약해져 염증이 지속되기 쉬운 상태가 된다.

이러한 영향이 축적되면 기분이나 의욕, 집중력을 지지하는 신경기능에도 과부하가 걸려, 일상의 작은 사건에서도 쉽게 피로해지는 것이 알려져 있다.

이번 연구는 우울증을 직접 다룬 것은 아니지만, 만성적인 스트레스가 정신건강과 깊이 관련된 것은 많은 독립적인 연구에서 나타나고 있다. 연구팀은 산업혁명 이후 기간은 진화 속도로 볼 때 아직 매우 짧아 '도시환경에 완전히 적응한 유전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선택에 맡기고 있으면 언젠가 익숙해지겠지'라고 기대할 것이 아니라 지금 살아있는 우리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환경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연구팀이 강조하는 것은 '환경 쪽을 인간에 맞게 다시 디자인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구체적으로는 녹지나 자연에 접할 기회를 늘리고, 대기오염이나 소음, 빛공해 등을 줄이고 도시나 직장의 설계를 신체에 과부하가 적은 것으로 바꾸어 갈 것을 제안한다.

그런데 이런 류의 '이야기는 예전부터 하지 않았나?'라고 느낀 사람도 있다. 이 연구는 기존의 보고를 폭넓게 모아 정리한 총설이며, 개별적 현상 자체는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 논문이 중요한 것은, 이러한 단편적인 내용을 진화적 불일치(mismatch)라고 하는 하나의 틀 안에서 체계적으로 다룬 점에 있다.

인간의 몸을 자연환경에서 움직이는 것을 전제로 설계된 기계라고 한다면, 현대 사회는 그 전제로부터 벗어난 입력-강한 인공 불빛, 끊임없는 소음, 대기 오염, 방대한 정보 자극 등-을 한 번에 흘려보내는 환경이 된다.

그 결과 신체 중에서 설계를 벗어난 자극에 약한 부분이 여러 시스템에 동시에 과부하를 받기 쉬워져 수면, 면역, 스트레스 반응, 생식 등이 모두 부진의 방향으로 기울어진다는 구조가 생긴다.

연구팀은 이 여러 생물학적 시스템이 같은 방향으로 무너지기 쉬워지는 구조야말로 현대 특유의 문제이며 진화적 배경을 감안하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는 점이라고 강조한다. 현대인이 안고 있는 삶의 어려움은 개인의 성격이나 노력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기술이 급격하게 발전한 것에 비해, 인간의 몸은 석기시대의 스펙밖에 없다고 하는 갭이 매일의 심신의 부진을 낳기 쉽게 하고 있다.

이 관점을 가지면 앞으로의 도시 만들기나 일하는 방법, 정신건강의 대응을 보다 진지하게 사회가 생각해 가지 않으면, 어느 시점에 인류가 이러한 왜곡으로 파괴될 우려도 있을 것이다. 그것은 대지진이 작은 에너지의 축적으로 일어나는 것과 같은 현상인 것이다.

Homo sapiens, industrialisation and the environmental mismatch hypothesis

https://doi.org/10.1111/brv.70094

노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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