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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시험 - 일상적 유혹 - 윤영록 시니어의 동네일기

상계동성당 19대 김찬회세례자요한 주임신부 부임

기사입력 2026-02-25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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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록 시니어의 동네일기

똑같은 시험 일상적 유혹

56년 된 상계동성당에 19대 김찬회세례자요한 주임신부님이 새로 오셨습니다. 성당이 있는 당고개 오거리는 평소와 같았지만 미사는 빈자리가 없을 만큼 꽉 찼습니다. 나는 맨 뒷자리에 앉았습니다. 흰머리가 섞인 소탈한 신부님이 나타나셨습니다. 신부님 소개와 환영의 박수에 이어 예수님이 당한 3가지 시험에 대해 강론합니다. 살아가면서 하느님을 시험하고 확인하고자 하는 의구심, 그리고 모든 부귀영화와 권세를 주마고 유혹하는 악마의 제안에 믿음으로 타협하지 않는 가르침입니다.

사람은 먹지 않고 살 수는 없습니다. 그러므로 배고픈 자가 빵을 먹는 것은 죄가 아니고 유혹에 빠지는 것도 아니라고 합니다. 죄는 배부른 자가 자꾸 더 먹으려고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유혹에 빠지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오랫동안 돌로 빵을 만들어 먹어보라악마의 말에만 집착해 있던 나는 머리가 띵했습니다. ‘높은 곳에서 뛰어내려 보라는 것도 사실은 내 판단을 하느님께 받아보려고 하는 하느님에 대한 나의 시험이라는 말씀에 가슴이 덜컹하였습니다. 그렇지만 악한 이들이 더 잘사는 세상은 악마에게 절을 한 이들에게 악마가 약속한 부귀영화와 권세를 다 누리게 하는 것은 아닌지요? 잘 납득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곧 배부른 자가 자꾸자꾸 더 먹으려고 하는 것이야말로 유혹에 빠지는 것이라는 신부님의 말씀이 다가왔습니다. 신부님의 강론은 참으로 묘한 힘이 있습니다. 오랫동안 엉뚱한 쪽에 집착해 있었던 것과 잘 납득되지 않았던 내 것들이 탁 풀렸습니다.

살면서 나는 얼마나 많은 것들을 겪었을까요? 해야 하는 일보다 하고 싶은 일을 먼저 하지는 않았던가! 그런데 그런 나의 갈등과 고통과 고비를 예수님께서도 똑같이 겪으셨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아무도 본 적이 없고, 증거할 수도 없는 예수님만의 사실을 우리는 성경에 기록된 대로 믿고 따르는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미사에 참여하신 형제자매들이 다 내 앞에 서 있는 예수님처럼 보였습니다.

수난의 사순절에 한 번은 하게 되어있는 재의 수요일에 참여하였습니다. 재처럼 가벼운 나를 깨닫고 재를 끼얹어 내 죄를 씻어내면서 나의 종말을 생각하고 부활을 기뻐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살아가면서 날마다, 또 매 순간마다 이루어지는 삶의 정화작용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부님이 재로 이마에 십자가를 그어주시는 순간 재처럼 가벼워진 내게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미사를 마치고 신부님의 환영식이 있었습니다. 꽃다발 전달에 이어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어 주시라는 사목회장의 환영사에 박수가 터졌습니다. 나는 오랫동안 이곳저곳전전하다가 상계동성당에서 영세를 받고 견진까지 받았지만 10년이 넘도록 이런저런 작은 이유로 냉담할 때가 많았습니다. 어느덧 날이 풀리고 봄날입니다. 묵상하면서 성당에 더 머물렀습니다. 살아가면서 우리가 늘 당하는 유혹을 똑같이 당하신 예수님을 생각합니다. 주보를 넘기면서 오늘 신부님의 강론을 복습했습니다. 가벼운 나의 신앙생활에도 새봄이 오기를 기도합니다.

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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