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록 시니어의 동네일기
냉장고를 부탁해 - 가전제품 화재 방지
아내의 성화를 견디다 못해 냉장고를 옮기기로 했습니다. 강추위에 끼니를 준비할 때마다 뒤 베란다 문을 열고 들락거리는 것이 여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급한 것도 아닌데 아내는 바가지를 긁어댑니다.
10년 가까이 제 자리를 지키고 있던 냉장고를 다 비우고 그 자리에서 끌어냈습니다. 그런데 깜짝 놀랐습니다. 10년 동안 달라붙은 먼지가 공기흡입구를 솜처럼 틀어막고 있던 것입니다. 코드를 뽑자 먼지들이 뭉텅이로 떨어집니다. “이래서 불이 나는구나!”
아내가 닦아내고 나는 드라이버로 뒤판을 떼어냈습니다. 내부는 더 심각합니다. 냉매가 지나가는 관에도 샅샅이 먼지가 들어찼습니다. “이러니 냉장 성능이 떨어지고 부하를 더 받을 수밖에!”
구불구불한 틈새를 후벼서 큰 먼지를 끌어냈습니다. 나머지 먼지는 아내가 진공청소기로 빨아들였습니다. 바람을 불어대던 작은 선풍기 날개까지도 먼지가 잔뜩 끼어 있었습니다. 불이 날 수도 있었구나. 머리가 띵했습니다.
냉장고 안을 닦고 정리하는 것도 정말 큰 일입니다. 냉장고를 모두 비웠지만 달라붙은 칸막이는 잘 떨어지지 않고, 말라붙은 것들은 잘 닦아지지 않습니다. 아내가 철수세미를 동원했습니다. 역시 아내는 9단입니다. 그런데 칸막이를 씻고 물기를 제거한 다음 끼우는 것 또한 쉽지 않습니다. 방금 떼 낸 것인데 다시 맞추려니 잘 들어맞지 않는 것입니다. 힘으로도 안 됩니다. 숨을 고르고 찬찬히 아귀를 맞춰보았습니다. 그래도 말을 듣지 않습니다. 제대로 하지 않으니까 어깃장을 놓습니다.
“냉장고 청소가 쉬운 일이 아니야! 도와주지 않으면 못해.” 타박만 하던 아내가 부드러워졌습니다. 꽁하고 있던 내 속이 적잖이 풀렸습니다. 심기일전, 칸막이를 끼웠습니다. 드디어 성공! 살펴보고 연구하니 잘 맞아떨어집니다. 이제부터는 간단하고 즐겁습니다. 김치냉장고와 자리를 바꾸고 끌어낸 살림들을 잘 닦아서 정리했습니다.
코드를 꽂으니 금세 잘 돌아갑니다. 냉장고 안이 훤하고 문짝에 진열된 것들도 훨씬 더 깔끔합니다. 정리를 다 하고 나니 새살림 들여온 것처럼 흐뭇합니다. 냉장고 성능도 좋아졌습니다. 24시간 쉬지 않고 돌아가는 모터도 놀랍습니다. 무엇보다도 불이 날 위험을 제거했으니 안심입니다.
“냉장고 옮기자고 한 것 정말 잘했네~에!” “당신 그 성화 덕분에 냉장고 청소도 하고 불이 날뻔한 것도 막았고, 천만다행이야!” 같이 운동가는 발걸음이 무척 가벼웠습니다.
노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