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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록 시니어의 동네 일기 - 막걸리 없는 ‘불금’

기사입력 2026-01-21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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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록 시니어의 동네 일기

막걸리 없는 불금’(260109/반찬이 된 안주)

바다마트에서 쇼핑을 했습니다. 자갈밭도 섬섬옥수로 갈아내는 아내는 손도 짜고 눈도 맵습니다. 농수산물은 신선도를 살펴보고 무게를 재보고 공장에서 나온 것들은 날짜를 꼭 확인합니다. 나도 이것저것 기웃거리면서 구경합니다. 몇 가지 안 되는데 장바구니가 가득 찹니다.

막걸리 한잔해도 돼?” 꼭 한잔하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불금이고 한잔한 지도 오래되어 슬쩍 말을 붙여보았습니다. “그래!” 웬일로 아내가 토를 달지 않고 허락을 해주셨습니다.

얼마 전부터 바다마트에 들어오기 시작한 막걸리 한 병을 골랐습니다. 포천에서 주조한 국내산 막걸리입니다. 장수막걸리(우리 쌀)750ml1700원인데, 이것은 1200ml나 되고 1880원입니다. 한 병은 아쉽고 두 병은 많은 내게 좋습니다. 묵직한 장바구니를 계산대에 올려놓았습니다.

그런데 자꾸 마음이 쓰입니다. 카드를 들고 주춤거리는 아내가 짠합니다. 딱히 한잔하고 싶은 충동이 이는 것은 아닙니다. 푸념할 벗이 가까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 시간에는 출출한 것도 아니고, 불러낼 누구도 없습니다. 짜르르 매미처럼 울대를 타고 술이 들어가면 알딸딸하게 뇌를 휘감는 몽롱함마저 희미합니다.

계산 전에 막걸리를 꺼내 돌려가면서 묵연히 바라보았습니다. 그래도 술이 당기지 않습니다. TV를 보면서 취해가는 흐뭇함이 몸에는 독이 되고, 이튿날은 꼭 반성문을 쓰게 합니다. 한창때는 ~, 우리의 젊음을 위하여!” “사랑과 우정을 위하여! 건배!!” 통쾌하게 유쾌하게! 그 뒤에는 숙취한 무용담이 따라다녔지요. 이제야 알게 된 진실, 술김에 그게 무슨 사랑이고 우정이라고. 나는 그런 술을 얼마나 마셨을까요?

신은 물을 만들고, 인간은 술을 만들었다.’는 위대한 말씀도 있는데 술은 적당히 할 수 있을 만큼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인간이 만든 것은 인간이 끊을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술친구는 술친구일 뿐이라던 아버지의 말씀이 떠오릅니다. 술은 무죄, 술을 끊는 것도 무죄!

나는 가엾은 막걸리를 제자리에 갖다 놓으며 내 가련한 술 생각도 거기 두었습니다. ()님은 내가 아닌 누군가에게 오랫동안 내가 알던 그 기쁨과 즐거움을 또 주시겠지요? 부디 깨달음을 더 주시기 바랍니다.

아내가 꼬막을 삶고 갈치를 지졌습니다. 나는 마장동곱창을 조금만 구웠습니다. 곰삭은 묵은지도 꺼냈습니다. 주당(酒黨)에게는 정말 좋은 안주입니다. 그런데 막걸리가 없습니다. 이만한 안주에 술이 없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모독이지요.

술 대신 밥으로! 술 없어도 흐뭇한 불금’, 좋은 안주는 반찬으로도 훌륭합니다. TV를 켜지 않으니 아내가 더 확실합니다. 술상을 펴면 시중은 늘 아내였는데 같이 장만한 술안주를 반찬 삼아 아내와 나는 한 무릎 더 다가앉았습니다. 내일은 속도 아주 편안할 것입니다.

노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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