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록 시니어의 동네일기
홍두깨 ‘손’ 칼국수(251227/토요일-추운 날)
오랜만에 갔어도 청량리 「홍두깨 ‘손’ 칼국수」는 성업 중입니다. 제육덮밥을 드시는 분의 앞자리로 종업원이 나를 안내했습니다. 손칼국수를 시켰습니다. 4000원 선불입니다. 밥을 다 먹고 나갈 때까지 노인은 눈 한 번 마주치지 않았습니다. 속히 먹고 빠져 주는 것이 이 집에서는 뒤 손님을 위한 배려이기도 합니다.
고개를 틀어 뒤를 돌아보다가 아예 몸을 돌려 앉았습니다. 사는 곳도 살아온 것도 다른 노인들이 각자의 소식을 나누는 데 전혀 무리가 없습니다. 손자가 군대 갔다는 얘기에, 친척이 사고를 당했다는 얘기와 누가 돌아가셨다는 얘기를 하는데도 거슬리지 않을 뿐 아니라 탄복하는 것도 3인 3색입니다. 일어서면 또 각자의 곳으로 떠나는 ‘오늘도 초면’들이지만 그 어떤 일에도 수긍을 할 만큼 많은 세상을 살아 온 노년들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순(耳順)’이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나는 그분들의 얘기를 듣기에 딱 좋은 거리였습니다. 조금 전 말없이 식사를 마치고 나간 노인도 ‘무심(無心)에 이순’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도 아무런 이의가 없습니다.
내 앞에도 손칼국수를 대령했습니다. 곱빼기를 안 시킨 게 다행입니다. 3000원일 때 그대로입니다. 경동시장에 나온 김에 「홍두깨 손칼국수」를 먹곤 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아내랑 추억여행을 와도 좋겠습니다.
반도 먹기 전에 두 분이 내 앞에 인도되어 앉았습니다. 꾸벅 인사를 나눴습니다. 그분들도 손칼국수를 시켰는데 만두를 더 시키자면서 “5만 원짜리 하나를 깨자.”고 했습니다. 사로 먼저 돈을 내려는 다툼에 슬쩍 웃음이 나왔습니다. 쫄깃한 면발을 다 먹고 일어나면서 맛나게 드시라고 인사를 했습니다. 나보다는 반백이신 두 분이 핑크빛 미소로 답해주셨습니다. 어느새 팔짱까지 끼고 있었습니다.
“옛날의 그 집이죠?” 그냥 나오기가 아쉬워서 일부러 말을 붙였습니다. “네, 맞아요. 그 집이예요.” “15년이니까 오래 하고있는 것이지요!” 사장님도 오래전 단골을 단번에 알아보고 웃음을 지었습니다. 밖에 나오니 대기 줄이 더 길게 늘어섰습니다.
“어디야!~?”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청량리 홍두깨 칼국수에서 한 그릇 먹었어. 다음에 같이 한 번 나오자고~오?!” “잘했어~어!” 아내가 대답했습니다. 「홍두깨 손칼국수」는 몸과 마음을 든든하게 하는 시니어들의 본점입니다.
노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