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록 시니어의 동네일기
따뜻한 겨울, 든든한 동지(251219/ 중계4동 이웃사랑봉사단)
동지가 되면 괜히 기분이 좋아지고 움츠렸던 몸이 나도 모르게 펴지는 것은 낮이 길어진다는 사실 때문만은 아닙니다. 이웃사랑봉사단의 동지팥죽 봉사가 있기 때문입니다.
전날부터 팥을 삶고, 체에 받쳐 잘 걸러내 조청처럼 식혀둡니다. 그렇게 내린 묵직한 팥죽이 12자루나 됩니다. 한쪽에서는 찹쌀 반죽을 잘라내서 새알을 굴립니다. 추운 날 새벽부터 많은 분이 손을 보탰습니다. 길게는 30년 넘게 우리 동네를 살피는 산타들의 손입니다.
다음날은 팥죽을 끓입니다. 가마솥 같은 거대한 들통 솥에 펄펄 끓는 팥죽을 저을 때는 힘이 좀 필요하겠다 싶어 나섰더니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고 하십니다. 눌어붙지 않게 속도를 잘 맞추고 출렁출렁 넘치지도 않게 잘 저어야 됩니다. 20여명의 자원봉사자와 주민센터 직원들이 척척 손을 맞췄습니다.
200여개의 포장용기에 스티커를 붙이는 동안 달달한 팥죽내음이 주방에 가득합니다. 그럼 나는 뭘 하지? 이번에는 사진을 찍고 기록하는 일입니다.
마침내 용기마다 동지팥죽이 담뿍담뿍 담겼습니다. 뚜껑을 닫기 전에 식는 동안 사진을 찍을 때 팥죽처럼 뜨거운 마음들이 하트를 그립니다. 해마다 이맘때 동지팥죽을 끓이면 온 동네의 액운이 모두 사라집니다. 이 팥죽을 받아먹는 이웃들도 모든 액운이 다 가시고 내년에도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상제는 백성들에게 의존하고 백성들은 한 끼 밥에 의지한다는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해피 뉴 이어!
노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