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현의 2교시 탐구생활
전화 안 받는 젊은이들의 심리
아들, 딸에게 전화해도 받지 않는다. 직장의 신입은 뭐든지 메일로 하고, 직접 전화하지 않는다. 그래서 예의가 없다고 느낀 적은 없는가?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 젊은이들. 그러나 한편으로 전화가 울려도 받지 않거나, 혹은 전화를 거는 것 자체를 피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이것은 단순한 매너의 문제가 아니라, 의사소통 자체가 변화하고 있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이 현상을 분석한 사람은 프랑스 로렌대학의 안느 코르디에 교수이다. 그녀가 젊은이들의 ‘전화를 피하는 행동’에 숨은 사회적·심리적 배경을 설명하는 내용이다.
◆ 왜 전화를 받지 않는가
15세의 여고생 레아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전화가 울려도 받는 것은 어머니나 긴급상황이 있을 때뿐이고, 그거 말고는 절대 받지 않는다.”
현대 젊은이들이 전화를 피하는 분명한 심리적·사회적 이유가 있다. 젊은이들에게 스마트폰은 ‘통화하는 도구’가 아니라 ‘텍스트나 SNS로 주고받기 위한 도구’로 기능하고 있다.
한편, 전화는 실시간 응답을 요구하는 것이다. 준비 없이 대화를 시작해야 하고, 자신의 말이나 감정을 즉각적으로 처리해야 한다. 내용을 정리하지 못한 채 이야기해야 하는 상황은 특히 감수성이 강한 젊은이에게 있어서는 심리적 과부하가 된다. ‘말이 잘 안 나오면 어쩌나’‘어색한 침묵이 길어지면 어색하다.’등 이러한 불안이 통화를 피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전화는 즉시 자신의 말과 감정을 처리하고 전달할 필요가 있다. 대칭적으로 텍스트 메시지나 SNS, 음성 메모와 같은 비동기형 커뮤니케이션은 상대방과의 거리를 유지하면서 자신의 속도로 주고받을 수 있다. 메시지를 치기 전에 생각할 시간이 있어 다시 표현할 수 있다. 이모티콘으로 감정을 부드럽게 표현할 수도 있다. 이것은 젊은이에게 있어서 ‘안심하고 감정을 전달하는 수단’이며, ‘자기표현의 통제가 가능한 환경’이다.
16살의 메디도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아버지에게 전화가 와도 마음이 무겁다. 질문 공격을 당하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끝난 후에 톡으로 답장한다.’ 이는 아버지를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 자원을 지키며 소통하고 싶다는 의사표시일 뿐이다.
이러한 코멘트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젊은이에게 있어서 전화를 받지 않는 것은 ‘무관심’도 ‘반항’도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한 형태로 연결되고 싶다.’는 것은 지극히 섬세한 인간관계의 관리이다.
그럼 세대 간의 감각의 차이를 어떻게 조정할 수 있을까.
◆ 전화를 받지 않는 것은 매너의 결여? 아니면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전화를 받지 않다니 무례하다.’고 느끼는 것은 전화가 예의 바르고 친밀한 의사소통 수단으로 여겨지던 시대를 살았던 세대의 느낌이다. 물론 지금도 메일로 보내는 것이 아니라 전화하는 것이 예의라고 느끼고 있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젊은이에게 있어서는 반대로 ‘갑자기 전화를 거는 것’이 디지털 에티켓 부족이라고 간주되기조차 한다.
어떤 젊은이는 이렇게 말한다. “친구에게 전화하고 싶을 때는, 우선은 메신저로 ‘지금 전화 가능해?’라고 묻는 것이 보통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상대의 기분을 무시했다는 느낌이 든다.” 전화는 이제 ‘사전 확인이 필요한 특별한 행위’가 되고 있다. 코르디에에 따르면, 이러한 생각이나 행동은 디지털 사회에 있어서 새로운 매너의 등장을 시사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러한 배경을 이해하지 않은 채 ‘전화를 받지 않는다=무례하다.’고 단정해 버리면 부모와 자식이나 상사·부하 사이에 오해가 생긴다. 중요한 것은 “젊은이가 연결을 거부하고 있다.”가 아니라 “자신이 편한 형태로 연결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어른이 아는 것이다. 서로의 '연결 방식의 취향'을 이해해야 한다.
그럼 어떻게 하면 이 간극을 메울 수 있을까? 한 가지 방법은 서로의 ‘연결 방식의 취향’을 언어화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급한 일에는 전화, 그 이외는 카톡’ ‘오전에는 회신 전화를 할 수 없지만, 오후라면 괜찮다.’ ‘감정을 전하고 싶을 때는 음성 메세지가 좋다.’는 규칙을 공유하는 것으로 불필요한 오해를 막을 수 있다.
또, 어른 세대 스스로 이러한 변화를 다시 생각해 볼 것이 요구되고 있다. ‘메시지에 이모티콘을 이용한다.’ ‘사진을 보낸다.’‘스탬프를 사용한다.’는 수단이 전화로 표현하고 싶은 ‘감정의 전달’을 대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젊은이들이 전화를 받지 않는 것은 존중이나 매너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의 선택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봐야 할까?
전화를 대신해 보내온 한 통의 메시지도 젊은 사람이 나름의 ‘마음’을, 정중하고 사려 깊게 전달하고자 하는 의사소통일 수도 있다.
원문
Teenagers no longer answer the phone: is it a lack of manners or a new trend?
https://theconversation.com/teenagers-no-longer-answer-the-phone-is-it-a-lack-of-manners-or-a-new-trend-262718
정순현의 티스토리 – ‘Why, 궁금해 궁금해’ http://ququ99.tistory.com
노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