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문화원 도보해설탐방
<천년고찰 학림사와 보호수로 떠나는 마을여행>
노원문화원 문화해설사 사영애
“역사를 모르는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단재 신채호 선생님의 말씀을 너무 좋아한다. 어찌 민족뿐일까. 내가 살고 있는 마을의 역사를 이해하고 아는 것이 먼저이지 않을까. 우리가 살고 있는 노원구 불암산에는 신라의 산성이, 수락산에는 고구려군의 보루가, 천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학림사 등 수많은 문화유산이 있다. 대부분 주민이 1988년 상계신도시 이후의 모습만 알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그런 이유에서 노원문화원에서 시행하고 있는 ‘도보해설탐방’은 매우 의미 있고 소중한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수락산 학림사에 갈 때마다 내가 살고 있는 노원구가 자꾸만 자꾸만 좋아진다. 오전 이른 시간에는 이름 모를 작은 산새들의 지저귐이, 폐 속까지 스며드는 청량한 공기가, 한 줄기 바람이. 가을날 땅에 떨어진 땡글땡글 도토리 한 알이 나를 미소 짓고 행복하게 해준다. 석양 무렵 학림사 소나무 아래 앉아서 보는 노을은, 또 앞 마치 누워있는 부처님 모습을 한 불암산의 능선은 얼마나 장관인지….
노원구 문화해설사로서 마을을 좀 더 알고자 신청한 분들과 함께하는 도보해설탐방 해설을 진행한 짧은 가을 여행도 참 좋았다. 날이 갈수록 많은 분이 오셨고, 그분들과 마을의 역사를, 책에서 볼 수 없는 소소한 마을 이야기를 나누는 일은 언제나 신나고, 보람이 있다.
상계3·4동 불암현대아파트 도로변에 있는 당고개 유래비를 설명하면 “아 그래요. 몰랐어요. 자주 지나는 도로인데도….” 여기서부터 마을여행 시작이다. 고개를 끄덕이며, 나와 눈을 마주치고, 눈빛이 반짝반짝 빛나며 집중하기 시작하는 것은…. 합동마을, 희망촌, 양지마을을 지나가며 서울 도심지에서 강제로 이주당한 1960년대 상계동 주민들의 애환과 삶을 이해한다.
‘모범택시 2’의 촬영지였던 영천선원 앞에서는 이 영화가 전국적인 흥행에 성공했더라면 이곳도 명소가 됐을지도 모른다고. 안타까운 일이라 개인적인 소감을 말하면 “맞아 맞아” 맞장구를 쳐주신다.
조선시대 왕과 왕비의 무덤을 ‘릉’이라 하는데, ‘덕흥대원군묘’가 있는데도 도로명은 덕릉로, 새로 개통한 터널의 이름도 덕릉터널, 예비군훈련장도 덕릉예비군훈련장 등 덕릉이라 불리는 연유와 함께 역사는 먼 과거의 지나간 일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2025년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도 영향을 주는 것이라 힘주어 얘기한다.
학림사 들어가기 전 덩그렇게 서 있는 상궁 연화 부도탑! 갈 때마다 주차된 차에 의해 가로막혀 잘 보이지도 않는 부도탑 2기를 볼 때마다 마음이 안 좋다. 조선시대 수많은 궁녀가 있었지만, 현재 남아있는 궁녀 묘는 전국적으로 20여 기에 불과하고, 서울 지역에 9기가 있고, 그중 4기가 우리 노원구에 있다. 월계동 초안산에 개성 박씨 묘, 영축산에 상석과 묘비만 남아있는 2기, 그리고 학림사 앞 부도탑 2기 중 왼편에 ‘상궁 연화’라고 새겨져 있다. 존재만으로도 보호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하는데, 조그마한 안내판 하나 없이 서 있는 것이 안타깝다. 주민 대부분도 공감 백배해 주시니 힘이 난다. 인자하고 푸근한 약사전의 석불좌상 앞에서는 예전의 사람들이 병을 고치고 건강하기를 기도드렸듯이, 오늘의 우리도 다 함께 잠시 눈을 감고,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기도해 본다.
학림사 경내로 들어가 500년이 넘는 소나무(반송) 보호수 앞에 서면 언제나 따뜻한 햇살이 비추고 있어 몸과 마음이 편안해진다. 학이 알을 품고 있는 지형이라 ‘학림사’라 명명했다는데…. 과연 그렇다. 엄마 품속에 있는 것 같다. 우리 선조들의 작명 실력은 천하일품이다.
일제 강점기 때 일본인에 의해 세워진 학림사 3층 석탑에 새겨진 선명한 일장기 무늬와 그 위에 광복 후 스님들이 일장기 흔적을 지우고자 못으로 긁은 것을 보여드리면서 부끄러운 우리의 역사일 수도 있지만 이 또한 우리 노원구가 가지고 있는 소중한 유적이다, 더 이상 아픈 역사를 만들지 않는 것이 지금 탑을 보며 서 있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 하면, 이번에는 공감 200퍼센트 해주신다.
멀리 있는 훌륭한 국가유산을 찾는 것도 좋지만, 가까이 있는 마을의 이곳저곳을 찾아보며 노원에서 태어난 노원 어린이들이, 노원이 제2. 제3의 고향인 모든 분이 우리 노원은 참 멋진 곳이야! 역사가 살아있는 곳이야! 자부심을 느끼는 날이 곧 오리라 기대해 본다.
2025년 11월 가을날에 수락산 학림사에서
노원문화원 문화해설사 사영애
https://youtu.be/9QRlYOPUxDI?si=3X1XYo6lIdh9IFdp
노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