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율 상승곡선 올라타기
한미반도체, 반도체판 아론알파
HBM(고대역폭 메모리). 요즘 반도체 시장에서 제일 잘나가는 세 글자다. AI가 밥을 세 끼씩 더 챙겨 먹는 수준으로 연산을 요구하다 보니, 메모리도 얇게 펴 바르는 게 아니라 층층이 쌓아 올리는 시대가 왔다. 문제는 이 반도체 아파트를 제대로 지어줄 시공사가 필요하다는 거다. 바로 여기서 등장하는 게 한미반도체다.
한미반도체의 간판 장비는 TC본더. 이름은 생소해도 원리는 간단하다. 칩과 칩을 꾹 눌러 붙이는 기계다. 그런데 그냥 붙이는 게 아니라 머리카락보다 얇은 반도체를 원자 단위로 오차 없이 맞춰야 한다. 쉽게 말해 동네 문방구에서 파는 아론알파 접착제로 붙이는 게 아니라, NASA에서 로켓 부품 조립할 때 쓰는 초정밀 접착기술이라 보면 된다.
이제 숫자를 보자. 2분기 매출 1800억원, 영업이익 863억원, 영업이익률 47.9%. 업계 평균을 씹어먹는 수준이다. 치킨집으로 치면 배달앱 수수료 내고 임대료까지 내고도, 통닭 팔아서 돈이 쌓이는 구조다. 고객 리스트도 화려하다. SK하이닉스, 마이크론 같은 글로벌 메모리 대장들이 줄줄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시장 점유율은 무려 70~90%, 사실상 ‘HBM 본더 = 한미반도체’라는 공식이 성립한다.
게다가 얘네는 이미 다음 판을 준비 중이다. 1000억원을 들여 ‘하이브리드 본더’라는 신형 장비를 개발 중인데, 이건 그냥 아파트 붙이는 게 아니라, 마블 저택급 럭셔리 건축이다. 원자 단위 정밀도를 넘어, 칩과 칩이 서로 ‘운명처럼 딱 붙는’ 수준의 장비다. 27년 출시 예정인데, 이게 성공하면 시장 독주는 훨씬 길어진다.
물론 세상에 무적은 없다. HBM 투자 사이클이 잠깐 쉬어갈 수도 있고, 글로벌 경쟁사들이 “나도 할 줄 알아” 하면서 달려들 수도 있다. 게다가 한국 증시의 악역, 공매도 세력은 언제든 등장할 수 있다. 하지만 큰 그림은 명확하다. HBM이 커지면, 한미반도체는 더 커진다. 곽철용의 대사처럼, “내가 이 바닥 다 깔았어.” 지금 반도체 장비판에서 이 말을 할 수 있는 회사는 딱 한미뿐이다.
노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