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신문 1092호 사설
축제를 즐기는 방법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내일을 더 신나게
현장에서 물러나야 할 때가 된 우리는 그동안 일만 하다 노는 걸 배우지 못했다. 기껏 친구들과 모이면 술이나 마신다. 운동하는 모임도 술을 마셔야 끝이 난다. 과하면 좋은 게 없다는 걸 알아도 그조차 하지 않으면 누구 하나 불러줄 사람도 없게 된다. 치명적인 노년 고립은 피하고 싶다.
젊은이들도 고립은 공포이다. 포모(fear of missing out)라고 하는데, 소셜미디어 공간에서 느끼는 소외감과 관계 단절을 뜻한다. 다른 사람에게서 잊히는 것에 대한 공포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물가 상승 때문에 친구와 활동이 어려워졌다.
세계적 불황에 ‘현재를 중시하며 소비를 즐기는 요즘 애들’도 소비를 줄이고 있다.
미국에서는 가지고 있는 제품이 다 떨어질 때까지 절대로 새 상품을 구매하지 않는 ‘노 바이(No Buy)챌린지’가 유행한다는데, 중국에서는 코로나 이후 보복소비에 나섰던 젊은이들이 이젠 ‘보복저축’으로 돌아서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젊은이도 마찬가지다. ‘보여주기 위한 소비보다 나를 위한 실용 소비를 선호한다.’고 말한다.
무더위의 끝자락, 공릉동 기차공원 일대에서 노원수제맥주 축제가 열렸다.
지하철역에서 축제 현장까지 셔틀버스로 모셔주니 즐겁다. 아이를 데리고 온 가족들은 물론 친구들과 온 젊은이들도 돗자리와 텀블러, 우산까지 챙겨와 편안하게 공연을 즐겼다. 화랑대 철도공원에서 육사구장까지 3개의 광장에 무대와 앉을 공간, 푸드트럭, 맥주판매대가 고르게 퍼져 있어 여유로웠다. 축제장에 동선을 만들고 안전하게 배치하기까지 세심한 연출이 느껴졌다. 노원에 이렇게 넓은 공간이 있었다는 게, 그리고 이렇게 즐거운 장소가 된다는 게 또 다른 욕심을 불러일으켰다.
자고로 축제는 많은 사람이 모여 먹고 마시고 노래 부르고 춤추는 것 아닌가? 가득 모인 사람들, 사람이 사람을 보고 반가워 즐겁게 어울리는 것이 축제 아닌가? 가득 모인 남녀노소가 모두 즐거웠으니 성공이다. 장사도 그 정도면 제법 남았을 것이다.
맥주축제가 시작되던 그날 오세훈 시장은 민생회복 소비쿠폰 재원 부담과 관련해 “수년 동안 허리띠를 졸라매 6000억원의 부채를 겨우 줄여놨는데 민생쿠폰을 발행하느라 한꺼번에 3500억원의 빚을 내라는 건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에서 1인당 알코올 소비량은 2011년 이후 감소 추세이다. 특히 ‘요즘 누가 술을 마시냐’는 세계적인 젊은이들의 소버 큐리어스(Sober Curious 의식적으로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들)로 주류업계, 주점 매상뿐만 아니라 유리산업에서 상업용부동산 시장까지 흔들린다. 엠지세대를 중심으로 한때 인기를 끌던 수제맥주시장도 사실상 붕괴 단계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렇다면 수제맥주축제의 지속가능성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축제장에 기꺼이 방문한 사람들의 얼굴에는 ‘먹을 것도 없이 비싸다.’는 표정은 보이지 않았다. 축제의 명분은 무엇이든 사람들이 모여 즐거우면 되지 않겠나. 봉숭아 물처럼 서로의 얼굴 발갛게 물들어 가면서 말이다. 그래야 내일이 더 신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