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율의 상승곡선 올라타기
한국전력, AI 굴리다 원전까지 굴린다
올여름 증시의 숨은 주인공을 꼽으라면 의외로 정답은 ‘한국전력’이다. 평소엔 전기요금 고지서에만 이름이 찍히던 그 회사가 이젠 AI·데이터센터·원전·스마트그리드라는 초호화 라인업을 등에 업고 ‘전력판 엔비디아’ 포지션으로 급부상 중이다.
전력수요 얘기만 해도 스케일이 남다르다. AI, 클라우드, 데이터센터가 밤낮없이 전기를 빨아들이고, 여름 냉방까지 합세하니 한국전력은 말 그대로 ‘풀가동 시대’에 돌입했다. 정부는 38년까지 전력망 확충에 73조원을 쏟아붓겠다고 공언했고, 스마트그리드와 AI 기반 관리 시스템까지 깔린다. ‘전기만 파는 회사’라는 꼬리표는 이제 구식이다.
원전과 재생에너지 정책도 한전의 무대다. 중동, 미국, 유럽 원전 입찰전에서 이름이 오르내리고, 동시에 태양광·풍력 환경경영(ESG) 테마까지 섭렵한다. 덕분에 증시는 한전을 단순한 ‘요금 인상 기대주’가 아니라 ‘글로벌 에너지 인프라 수퍼주’로 재평가 중이다.
숫자도 화끈하다. 25년 예상 영업이익만 16조원대, 23년 대비 70% 이상 성장. 이쯤 되면 ‘흑자 전환’이 아니라 ‘흑자 폭발’이다. 외국인과 기관은 벌써 알아보고 담기 시작했고, 최근 6개월 주가는 80% 이상 치솟았다. 증권사들은 목표주가를 3만~4만원대로 줄줄이 올리고 있다. 덤으로 배당 재개 기대까지 있으니, 투자자 입장에선 ‘가전제품 쓰다 주식도 사고 배당금도 받는’ 삼위일체 라이프가 가능하다.
그렇다고 마냥 직진은 아니다. 단기 급등 부담은 현실이다. 주가가 6개월 새 두배 가까이 오르다 보니 개미들 입장에서는 ‘지금 들어가도 되나?’ 고민이 생길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말한다. “뉴스 소멸 후 잠깐 조정 올 때 분할매수로 접근해라.” 전기요금 인상 확정 발표 전후, 외국인 매수세가 주춤해지고 개인 비중이 급증할 때가 오히려 기회라는 것이다.
정리하면 이렇다. 한국전력은 단순히 ‘전기요금’에 갇힌 기업이 아니다. AI·데이터센터부터 원전, 재생에너지, 스마트그리드까지 모든 전력 테마의 교차로에 서 있다. 다만 개미 투자자에게 가장 중요한 건 ‘타이밍’이다. 지금은 콘센트 꽂자마자 풀파워로 달리는 순간이라 조금 뜨거울 수 있다. 하지만 살짝 식는 타이밍이 온다면? 그때야말로 한전을 장바구니에 담을 시점이다.
올여름, 한국전력은 단순한 전기 회사가 아니라 ‘전력판 종합 엔터테이너’로 무대에 올랐다. 전기요금 고지서 볼 때마다 짜증 나던 이름이 투자 계좌에서 웃음을 줄 날이 머지않았다.
노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