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위기는 언제나 더 나아가는 과정이었다
우리가 우리를 돌보는 지혜
우리나라는 전후 가장 빠르게 산업화와 민주화에 성공한 나라다. 일찌감치 중진국 함정에서도 벗어나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은 3만 6624달러로 일본과 대만을 넘어섰다. 인구 5천만명 이상 국가 중에서 세계 6위 수준이다. 일본과 대만을 다녀온 여행객도 지난해에는 983만명에 달했다. 우리는 이미 많은 것을 누리고 있다. 2021년 기준 우리나라의 평균 수명은 약 83.5세로, 세계 평균 수명보다 10.7년이나 더 산다.
그럼에도 우리는 항상 경기는 침체되고, 정부 예산은 빠듯해 살림이 어렵다고 한다. 우리가 사는 노원의 상태도 지표로 보면 그리 밝지는 않다. 예산 규모는 서울시 자치구 중 제일 크지만 재정자립도는 16.6%다. 올해 예산 1조 2925억원 중 1조 이상을 교부금과 보조금에 의존해야 한다. 돈 쓸 곳은 많지만 돈 벌 데가 없다. 23년 한해 동안 1887개 점포가 새로 개업했는데, 2381개 점포는 문을 닫았다. 5년 이상 살아남은 가계가 절반도 되지 않는다.
요즘 주변에 우울하다는 사람이 늘어났다. 환절기 때문일 것이다. 따뜻한 햇볕을 쐬고, 가벼운 산책을 하며 스스로 돌보아야 한다. 세계가, 또 나라가 대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조용히 넘어갈 수 없음은 확실하다. 그러나 수십년 겪어낸 지구의 공전현상 아닌가. 변화하는 세상에 좀 유연하게 살아갈 필요가 있다.
학생 시절에는 열심히 공부하고,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받으면 칭찬받는 모범생이 되었다. 하지만 성장하면서 세상은 교과서보다 넓고, 내가 아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깨닫는다. 그보다 더 괴로운 것은 내가 배우는 속도보다 변화의 속도가 더 빠르다는 것이다. 세상 모든 것이 변한다는 것이 진리인 줄 알면서도 그 변화 속에서 우리는 위기를 맞이한다.
변화를 받아들이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힘이 중요하다. 이제는 키오스크를 능숙하게 눌러 주문하는 적응력이 필요하다. 여유가 위기에도 적절히 대처할 수 있다.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우리가 우리를 돌봐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농사를 짓지 않는다. 하지만 농부들 덕분에 먹고 산다. 이처럼 나 역시 누군가를 위해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함께 살아가는 사회는 우리 마을에서부터 시작된다. 이웃과 인사하며 어울리고, 생활공간 주변에 조금 더 관심을 가지면 같이 상의할 일들이 보인다. 내 생활의 낭비도 줄고, 이웃과 나눌 수 있는 것도 생긴다. 거짓 욕심과 허위의식을 버린다면 세상은 훨씬 더 살만한 곳이라는 걸 알게 될 것이다.
우리는 더 나아가고 있다.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 다만 악에서 구하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