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신문 1072호 사설
과학, 세상을 객관적으로 이해하는 학문
우리의 앞길을 밝히는 통찰력
자고 일어나니 ‘안녕!’ 봄이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동네 구석구석 입소문이 돌았다.
언제부터 봄인가? 누구는 입춘(立春)이라 말한다. 이날부터 낮도 길어지니 말 그대로 문을 열고 봄으로 들어온 것이다. 그런데 2월 3일은 좀 쌀쌀하지 않나? 절기가 중국 화북지방의 농사문화를 기반으로 만들었으니 우리 생활과 조금 어긋날 수도 있겠다.
누구는 매화가 피어야 봄이라고 한다. 2월말 남부에서부터 매화향이 퍼지면 비로소 꽃 피는 봄이다. 봄마중 꽃놀이도 이때가 한창이다. 3월은 모든 것이 깨어나 뛰어오르며 시작하는 봄이다.
기상청에서는 최저기온이 0°C 이상이고, 일평균 기온이 5°C 이상으로 올라간 뒤 9일간 떨어지지 않은 첫날을 봄의 시작일로 정의한다. 절기는 태양의 위치를 기준으로 한 반면 기상학에서는 실제 기온 변화를 통해 계절을 정의한다. 그러니까 위도에 따라 남쪽부터 봄소식이 올라온다.
일조량은 인간의 정신 건강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햇빛은 세로토닌, 멜라토닌의 분비를 조절하는데, 해가 짦아지는 가을과 겨울에 무기력해지는 계절성 우울장애(Seasonal Affective Disorder)를 겪기도 한다. 그런데, 혹독한 추위를 버텨낸 뒤 맞는 봄에 무력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세계적으로도 봄철 자살률이 겨울철보다 20~30%포인트 높다.
일조량 증가와 그에 따른 기분 및 호르몬 변화, 미세먼지 등 계절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는데, ‘시작’을 뜻하는 ‘봄’은 상대적으로 더욱 심한 박탈감과 우울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해석한다.
3월 14일은 과학의 날이다. 봄을 제대로 시작하기 위한 자세를 되짚어 볼 때이다.
과학은 자연법칙과 현상을 정확히 관측하고 인과관계를 파악해 원리를 규명하는 학문이다. 검증가능한 객관성을 엄격하게 적용한다. 이에 비해 인문학은 통찰을 통해 인간을 이해, 해석하는 것이다. 시간에 따라, 조건에 따라 변하는 사람을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지금 우리의 발목에 사슬이 걸려 있다. 지난 겨울, 계엄령 이후 우리 사회는 불안에 빠졌다. 거리를 맴돌다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민주주의란 인문학적으로 논쟁적인 개념이지만, 과학적으로 설명하면 ‘다수의 지배’를 핵심 원리로 하고 있다. 다만 그것이 다수의 폭정을 의미하지 않는 것은 소수의 기본권을 보호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 광기의 시대가 온다. 그때 우리는 누가 미쳤는지도 모른다. 블랙홀 안,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 안쪽에서 일어난 사건은 외부에 아무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
진리는 누가 뭐라 하든 흔들리지 않는다. 온전한 이해는 그 어떤 관념에서가 아니라 지혜의 눈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그, 이전에는 모두가 오해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