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센터장의 철학, 그림을 만나다 - 명화 속에 숨겨진 철학 메시지
3.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우리가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그림은 단순히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넘어 다양한 철학적 주제를 담고 있다. 미술가들의 그림은 인간의 삶과 가치관, 역사와 문화 등을 반영한다. 철학은 이러한 그림 속에 담긴 의미를 해석하고 이해하는 데에 큰 도움을 준다.
노원신문은 철학의 만남을 통해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 새로운 시각과 통찰력을 제공하고자 한다. 각 회차에서는 철학자의 핵심적인 이론을 바탕으로 작품의 특징과 철학적 메시지를 소개할 것이다.
저자인 김영호 노원지역자활센터장은 사회복지조사론 등 사회복지 분야 전공서적을 다수 집필하였고, 대학교 겸임교수와 사회복지 분야에 30년의 경력이 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이 그림을 보면 김현승(金顯承, 1913 ~ 1975) 시인의 ‘가을의 기도’ 첫 구절이 저절로 떠오른다. 일상의 안전을 기원하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버스나 사무실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이 그림은 조슈아 레이놀즈(Joshua Reynolds, 1723-1792)의 작품 ‘기도하는 어린 사무엘’이다.
칸트의 정언명령(定言命令, Kategorischer Imperativ)으로 해석하면 기도는 인간이 간구하는 마음의 종교적 행위로 존재를 드러내고 존재를 증명하는 의무이다. 경전의 많은 부분에서 기도의 중요성과 올바른 기도의 내용이 확인된다.
영국의 초상화 권위자로 알려진 조슈아 레이놀즈의 이 그림은 아주 단순하다. 일체의 배경을 생략하고 최대한 간결하게 두 손을 모아 눈을 감고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사무엘은 칸트의 정언명령조차도 근접할 수 없는 숭고함이 느껴진다.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행동을 해야 한다는 범주적 명령 관점에서 기도하는 사무엘은 칸트의 도덕적 의무 이상의 선(善)의 세계를 구현한다.
사무엘의 기도는 우리의 지식과 영적 경험으로 추론할 수 있는 현상적 미적 감상영역을 넘어서 도덕적 의지의 순수함을 느낄 수 있다. 철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실천영역이다. 보편적 선(善)의 세계를 추구하기 위해 개인은 의식적으로 선택을 하여야 한다. 쉽게 표현하면 삶의 보편적 선(善)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의무적으로 행동해야 하는 것이 있다는 것이다.
절기상으로 10월은 겨울의 문턱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고 또 다른 선(善)의 과거를 창조하기 위하여 두 손을 모아본다.
사진 : Joshua Reynolds의 그림 - 기도하는 사무엘(The Infant Samuel, 1776)
노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