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시니어클럽 참여수기
<다시 출발하는 인생 열차>
서덕주(시니어 승강기 안전관리단)
60세 이상 어르신의 일자리 창출과 활성화를 위해 지난 2019년 6월 개관한 구립 노원시니어클럽(관장 강은경)은 지난해에도 1057분의 어르신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해주었습니다. 올해는 개관 5주년을 맞아 20여개의 일자리사업에 참여하신 어르신들의 참여수기를 노원신문을 통해 전해드립니다.
독자 여러분도 ‘다시 빛나는 청춘’을 찾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노원시니어클럽 ☎02-951-1297
지난 2023년 1월 말, 50년 넘게 해 오던 직장생활을 끝냈다.
퇴직 후 1년을 집에서 쉬어 보니, 익숙지 않은 여유로운 생활에 몸과 마음이 모두 느슨해져 오히려 건강에 문제가 생길까 걱정이 되었다. 가만히 있으니 오히려 병이 날 듯하여 무엇이라도 해야겠다 싶어 일자리를 찾아 중계1동 주민센터를 찾았다. 다행히 친절한 상담원을 만나 일자리 연결은 되지 않았지만 노원시니어센터에 대한 안내를 받을 수 있었다. 그렇게 지하철 승강기안전단을 모집한다는 사실을 알고 지원을 결심하게 되었다.
사실 철도청에서 시작한 나의 회사 생활의 종착지가 바로 지하철 7호선이었다. 그래서인지 이 일자리에 더욱 애착이 가고, 관심도 쏠린 것 같다. 그런데 막상 지원서를 넣고 나니 75세라는 내 나이가 너무 많은 것이 아닌지 걱정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통과되어 현재까지 매일 3시간씩 이 일을 하고 있다. 내가 하는 일이 사소해 보일 수도 있지만 일을 하면서 꼭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자주 든다.
일하는 동안 겪은 잊지 못할 사연 몇 가지가 있다.
내가 일하는 7호선 노원역의 환승 에스컬레이터는 설치한 지 20년이 넘다 보니 잦은 고장으로 안전사고와 민원 발생이 우려되어 최근 에스컬레이터를 새로 설치하는 공사가 진행 중이다. 이 때문에 기존에 역사 안쪽에서 이용하던 환승 통로를 밖으로 변경하느라, 많은 사람이 아직도 노원역을 오르내리며 헤매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나는 이런 분들을 볼 때마다 자세한 환승 방법을 알려드리고 있다.
한번은 초등학교 5~6학년쯤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가 분명 3번출구로 나갔는데, 잠시 후 다시 지하 2층으로 올라오는 것이었다. 직감적으로 환승 방향을 못 찾아 당황한 것을 알았다. 마침 초등학생인 내 손자가 생각나 목적지를 물으니 ‘쌍문’이라고 하여 직접 데리고 3번 출구까지 나가 길에 표시해 놓은 이정표를 알려 주고, 4호선 타고 가는 방법을 자세하게 설명해 보낸 일이 있었다.
언젠가는 외국인이 핸드폰을 보며 연신 안내판을 찾는 모습을 보고는 얼른 다가가 어느 역을 가는지 묻고 가는 길과 방법을 안내하고 연신 고맙다는 인사를 받은 적도 있다.
새로 연장된 4호선 역에 어떻게 가는지 몰라 문의하는 고객님을 안내하거나, 진접 방향으로 가는 지하철을 타지 못해 허둥지둥하는 고객님들에게 공사 상황을 설명하고 환승하는 길을 안내하다 보면, 내가 하는 일의 목적과 보람을 새삼 느끼며 하루 근무시간 가는 것이 이렇게 빠른가 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최근에는 한창 회사에 나가 일할 때처럼 생활 전체에 활력이 생겨나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하루 일과표를 만들어 계획적으로 시간을 활용하다 보니 운동도 제시간에 맞춰 할 수 있고(예전에는 주로 교대 근무를 했던지라 규칙적으로 매일 같은 시간에 운동하는 일은 꿈도 꿀 수 없었다.), 같이 퇴직한 친구들을 만나 소주 한잔 기울이는 일도 가능해졌다. 또 내가 아직은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라는 생각에 자신감도 생겨 첫 급료를 받고 나서는 ‘내가 한턱 쏘겠다.’고 큰소리를 쳐 보기도 했다.
직장에 나가면 같은 조 동료들과 함께 식사도 하고 담소도 나누다 보니 소소한 삶의 즐거움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내가 번 돈으로 스스로 쇼핑몰에 가서 내 옷을 직접 사보는 즐거움도 새롭게 알게 된 즐거움이다.
사실 나는 퇴직과 더불어 직장 밖으로 나온 ‘나 자신’이 누구인가 고민했고, ‘일하지 않는 나’가 어색하여 자리를 잃어버린 느낌도 있었다. 그런데 노원시니어클럽 덕에 내 나이 70이 넘어 이렇게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수 있게 되었다. 일자리 자체도 좋지만 사회에서 ‘내가 있어야 할 자리’가 아직도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더욱 벅차다. 이런 좋은 제도가 있어 인생 2막, 3막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사실을 좀 더 많은 사람이 알게 돼서 더 많은 내 또래들이 보람과 생활의 활력을 찾게 되기를 소망한다.
노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