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최종편집일 2026-06-24 12:36

  • 교육문화 > 인문학

1. 미국 해양력의 위기

밀리터리 덕후 주동준의 배들그라운드

기사입력 2024-07-13 11:42

페이스북으로 공유 트위터로 공유 카카오톡으로 공유 문자로 공유 밴드로 공유
0

밀리터리 덕후 주동준의 배들그라운드 1

미국 해양력의 위기

균열의 조짐은 1980년대 레이건 행정부의 조선업 보조금 철폐 정책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시장 자유주의를 신봉하던 레이건 행정부는 경쟁력을 잃고 있던 미국의 전통적인 굴뚝 산업들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시행합니다. 당시 일본 및 한국에 자리를 내주고 있던 미국의 조선업 역시 수술대에 올랐습니다. 불과 몇 년 사이, 10여곳의 조선소가 문을 닫았으며 4만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가격 경쟁력을 상실한 미국의 상업용 선박 건조량 역시 레이건 행정부 이전의 10분의 1 수준으로 쇠퇴했습니다.

미군이 냉전 수준의 대형 수상함(LSC) 세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매년 최소한 3~4척의 전투 함정을 건조해야 하지만, 현재 미국의 구축함 건조량은 연평균 1.8척에 불과합니다.

신형함 건조만 문제가 아닙니다. 해군이 보유한 함정들의 약 30%는 드라이 도크(Dry Dock)에서 유지보수(MRO)해야만 합니다. 하지만 현재 미 해군에는 선박용 드라이 도크를 설계해 본 숙련된 엔지니어 인력이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미 해군의 핵심 전력 중 하나인 공격 원자력 잠수함(SSN) 세력 역시 창정비 일정의 지연으로 10척에 가까운 잠수함들이 유지보수 일정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반면 미국의 상대인 중국 해군은 끝없는 해양 굴기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매년 6척의 대형 수상함정을 건조하며 전체LSC 세력이 미국의 절반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중국은 세계 1위의 점유율을 자랑하는 막강한 민간 조선업 역량을 기반으로 군용 특수선 분야에서도 그야말로 날아오르고 있습니다.

K-조선을 통해 중국을 상대한다?

해양을 장악하여 패권을 유지하는 미국에게 조선업의 몰락은 치명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무너진 산업을 재건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입니다. 한국과 일본은 민간 조선 분야에서 각각 30%10% 수준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을 통해 미국의 약점인 조선업 역량을 보강할 수 있지 않을까요?

하지만 쟁점이 있습니다. 첫 번째 쟁점은 존스법(Jones Act)입니다. 1920년 미국의 조선업을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연안무역법은 미 항만을 운행하는 선박은 미국 시민에 의해 건조할 것을 요구합니다. 미 해군의 전투 함정들 역시 미국 현지의 조선소들에 의해서만 건조할 수 있습니다.

존스법을 폐지 혹은 개정한다고 해도 현실은 그리 간단치 않습니다. 중국은 유사시 한국이 미 해군의 전투 함정을 건조하는 것을 좌시하지 않을 것입니다. 만약 양안전쟁이 발발한 상황에서 한국이 미 해군 함정을 건조한다면, 중국과의 전쟁을 각오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차후 칼럼을 통해 보충하겠지만, 우리나라가 미국을 위해서 중국과 전쟁 상태에 돌입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국익에 반하는 일입니다.

두 번째 쟁점은 미국의 국방 예산 자체가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2025년 회계연도 미국의 국방 예산은 전년도 대비 단 1%만이 증액되었습니다. 현재도 3% 내외의 인플레이션율이 유지되는 것을 고려한다면 실질적으로 국방 예산은 감축될 예정입니다. 이러한 예산 압박은 미 공군의 6세대 전투기 계획을 위협하고 있으며, 미 해군 역시 예산 압박으로 2척 이상의 대형 수상함정을 주문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K-조선의 역할

하지만 K-조선은 함정의 유지보수정비(MRO) 시장에서 충분히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MRO 시장은 일종의 고정비적 지출로, 실질 국방 예산 규모가 감축되더라도 유지될 수밖에 없는 시장입니다.

한국 조선업의 압도적인 기술 경쟁력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현지 일감을 수주한다면 북미 방산 시장 공략의 거점으로 삼을 수 있습니다. MRO 시장을 교두보로 삼아 미국 방산시장에 진출한 이후, 함정 건조에 본격적으로 진출을 모색할 수도 있습니다.

노원신문

 

46 (100-b@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