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규 시 「아메리카노의 나비효과」
제12회 평택 생태시 문학상 대상
“지구 구출을 위한 온 인류의 위대한 발걸음”
노원구민 최병규(67세, 상계주공2단지)님이 제12회 평택 생태시 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2015년 「할머니의 갈증」으로 제5회 독도문예대전 대상(본보 홈페이지 2015. 9. 1.), 23년 「앵무새 날리기」로 호미문학대전 금상을 수상한 데 이은 큰 상 수상 소식이다.
수상 시는 시적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담장 위에 버려진 1회용 용기를 보고 아이디어를 얻어 그 용기들이 어디로 흘러갈지를 상상하는 내용이다.
지난 6월 24일 발표된 심사평을 보면 배두순 시인은 “‘아메리카노의 나비효과’는 사용하고 버려지는 용기와 빨대 등의 회오리가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현실을 직시하여 미적분한다는, 낯선 비유로 무게 있는 재미를 선사해 준다. 흔한 소재를 흔하지 않은 표현으로 수준 높은 시작법의 내공이 느껴진다. 사소한 것들이 무서운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을 경험하면서 둔감해질 수밖에 없는 일들이 너무 많은 무서운 현실이다. 최병규는 이러한 것들을 자신의 독특한 감각으로 생태환경의 중요성을 끌어올려 수준 높은 생태시를 완성하고 있다.”고 격찬했다.
생태시인 만큼 수상 시에 수학, 과학적 소재도 들어갔다. 최병규님은 2009년 12월 퀴즈프로그램 ‘1대 100’애 출연해 최후의 1인이 될 정도로 만물박사인데다가 메모광이다. “정확하게 아는 게 중요하다. 포털사이트에서 궁금한 것을 검색하고 루트를 찾아 들어간다. TV도 교육방송을 주로 보는데 새로운 게 나오면 핸드폰 메모장에 적는다. 시상도 떠오르면 메모한다.”며 메모가 가득한 핸드폰을 보여준다.
적재적소에 알맞은 시어를 넣어 작품을 직조하는 기술도 탁월하다. 수백 편의 시를 쓰면서 다져온 내공의 결과다. “뼈대를 형성하는 과정이 제일 힘들었다. 무슨 말을 쓸 것인가 먼저 뼈대를 세우고 소재를 끌어와야 한다. ‘버려진 일회용 용기가 어디로 흘러가겠는가.’ 생각이 컵을 계속 따라갔다. 전국으로, 태평양 가운데로 모여든다는 내용이다. 시상을 떠올린 뒤 한 달 동안 대여섯 번 고쳐 시를 완성했다. 골든트라이앵글은 동남아 미얀마, 태국, 라오스 사이 삼각지대인데 양귀비재배로 유명하다. 커피는 기호식품이지만 카페인은 중독물질이다. 그것을 담는 1회용 그릇에 반기를 드는 것이다. 환경오염은 국제적 문제이므로 소재도 국제적일 수밖에 없다.”
최병규님의 직업은 노원구청 자전거대여소 직원, 애마도 자전거다. “자전거를 개발한 건 프랑스지만 페달을 단 건 독일이다. 자전거는 탄소중립에 가장 중심에 선 이동 수단”이라며 자전거의 친환경성을 예찬했다.
당선 소감에도 “무심코 배출하는 1회용 쓰레기로 지구가 이상기후로 몸살을 앓는 지경에 이르러서야 각성하는 소리가 나오고 있는 실정에서 지금이라도 지구 구출을 위해 온 인류가 위대한 발걸음을 내디뎌야 하는 시점이다. 기후의 역습이 우리의 일상을 무너뜨리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 우리의 미래가 더욱 희망차고 풍요로워진다면 망설이지 말고 두 팔 걷고 나서야 할 것이다.”며 환경보호론적 주장을 피력했다.
최병규님은 정식 시인이 아니다. 그러나 시와는 ‘일심동체’다. “6대 일간지 신춘문예로 등단하고 싶어 투고를 계속하고 있으나 아직이다. 요즘은 사설처럼 늘어진 시들이 대세다. 저는 한 단어를 들여다보면 어마어마한 세상이 열리는 시어를 선택한다. 어제 했던 일도 까맣게 잊어버리는 나이에 무슨 시를 쓰겠냐고 하지만 나이 먹은 사람들의 창작 활동은 오히려 무르익어 있다. 시는 이제 나와 한 몸이라 뗄 수가 없다.”며 물오른 창착 의지를 밝혔다.
노원신문 김명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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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노의 나비효과
최병규
키오스크의 날개는 원두를 날지 못합니다
로맨틱한 아침은 모카의 향을 주입하는 창
투사되는 향내와 사향묘의 배설마저 상쾌해서 말이죠
르왁으로 교신하는 기분입니다
그 밀수 같은 향연의 이면을 염탐해 보았죠
우선, 담장에 유기된 PP용기를 미적분합니다
그것은 카페인의 힘으로 걸었던 외래종
심장에 꽂힌 빨대가 즉각 반응을 했거든요
PP가 걷는 비등점은 골든 트라이앵글처럼
쾌락을 추구하는 자들의 은밀한 루트 같습니다
향수를 점령한 컵과 컵에 투영된 카페인의 승부처
빛나던 용기가 담장 위에서 고독사한 사건입니다
자칫 빨대로 삼켜버린 기호품이라 할 뻔했죠
원두, 그들만의 리그엔 예가체프*을 의심했어요
그것은 섬세하고 부드러운 블랜딩된 욕망
그런 질감은 높은 수온의 엘리노마저 방치했죠
대기의 역습이란 명분을 재고해 두었으므로
사막풍을 고심하던 원주민들조차 라니냐를 무시했죠
카페를 걸어 들어간 자들이 훈장처럼 걸어둔
쓰디쓴 용기를 방기한 탓이죠
담장을 날아다닌 사향고양이가 스크린을 터치합니다
그것은 서툰 날갯짓
태평양 한복판, 마셜제도 외연으로 카페에서 발현된
PP의 회오리가 쓰나미처럼 몰아쳤다는
*예가체프 : 에티오피아의 원두
노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