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최종편집일 2026-06-24 12:36

  • 오피니언 > 동행구민

초안산 청소 35년 김규석 어르신 “청소는 습관, 깨끗하면 덜 버려”

빗자루 안 가져가는 날 오기를

기사입력 2024-06-14 10:16

페이스북으로 공유 트위터로 공유 카카오톡으로 공유 문자로 공유 밴드로 공유
0

초안산 청소 35년 김규석 어르신
청소는 습관, 깨끗하면 덜 버려

빗자루 안 가져가는 날 오기를

공공관리가 강화된 도시에서 길거리 쓰레기는 남이 치우는 것으로 인식돼있다. 버리는 사람 따로 치우는 사람 따로인 것이다. 간혹 경기장이나 공연장에서 봉지를 들고 남이 버린 쓰레기까지 치우는 세계시민이 있긴 하다.

한쪽 어깨엔 배드민턴 가방을, 다른 팔엔 빗자루를 들고 산길을 쓸며 초안산 등산로 1km를 오르내리는 김규석님(75)의 모습은 일요일 오전 9시경이면 월계역 옆 등산로에서 볼 수 있다. 그렇게 달샘배드민턴클럽까지 가며 청소하고, 오후 1시경 내려오면서 2차 청소를 한다.

김규석님이 월계동 산길 청소를 시작한 것은 41세이던 1990년부터. 장위동에 살다가 월계동 광운대 근처로 이사와 영축산으로 배드민턴을 치러 다닐 때는 장석교회로 닿는 산길을 청소했다. 그러다 배드민턴 클럽을 옮기면서 초안산 청소를 시작해 오늘에 이르렀다.

등산로에 담배꽁초도 많고 너무 지저분했어요. 처음엔 매일 했어요. 을지로4가 빌딩 관리를 하는데 작년부터는 일찍 출근하고 밤늦게 퇴근하니 아침 등산을 못하게 돼서 요즘엔 쉬는 날만 해요.”

김규석님의 청소 지론은 깨진 유리창 이론(유리창 깨진 자동차를 거리에 방치하면 사회의 법과 질서가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메시지로 읽혀 더 큰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이론)’, “깨끗하게 하면 아무래도 덜 버려요.”라는 것이다, 또 하나 적용되는 지론은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이다. 자그마치 25년간이나 가족도 모르게 청소를 해왔다. 표창도 한번 안 받았다.

“15년 전쯤 노원구 산 관리하는 사람이 사진 찍어서 추천하겠다고 했는데 못하게 했어요. 가족들은 내가 운동만 하러 다니는 줄 알았어요. 10년 전 집사람이 전철 타고 의정부 가다가 내가 청소하는 걸 봤나 봐요. 그래도 아무 말 안 해요. 집 청소도 내가 하거든요. 애들은 좋아하지는 않지만 대단하다고 그래요. 동네에서는 바보 같은 사람’, ‘골 빈 사람이라 그래요. ”

김규석님의 선행은 체력이 남아돌아서 하는 게 아니다.

어머니가 중1 때 돌아가셔서 새어머니와 살다가 고등학교 졸업하고 청계천 화공약품상에서 숙식했는데 약품 냄새가 지독했어요. 그걸 자꾸 맡아서 몸이 나빠졌어요. 그러다 폐결핵에 걸려서 6개월간 국립병원에 입원했는데 다른 사람들은 죽고 한 사람만 살아남았어요. 자세히 보니 그 사람은 잘 먹었어요. 나도 악착같이 먹었어요. 다행히 완치는 됐는데 X-레이 찍으면 한쪽 폐가 하얘요. 아프고 나자 내가 제일이라는 이기심이 사라지고 나도 세상의 밀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노원에 와서는 등산로 청소를 시작했는데 지금은 습관이 됐어요.”

김규석님의 청소는 계절을 가리지 않는다.

비 올 때도 힘들지만 낙엽 많이 지는 가을이 제일 힘들고, 겨울에 눈 치울 때도 조금 힘들어요. 낙엽이 날리면 자루에 쓸어 담아 갖다 버려요. 길이 깨끗하면 내 마음이 우선 편해요.”

10원짜리 동전 같은 아카시아 누런 잎들이 떨어지는 초안산 등산로 입구에는 개나리 나무가 무성하다. 김규석님이 30년 전 캐다 심은 것이다.

사람들이 기본은 해야 하는데, 쓰레기나 버리고.”라고 말하는 김규석님은 상식이 갖춰진 사회가 되기를 희망한다. 빗자루를 감춰놓지 않아도 아무도 안 가져가는 날이 오기를 바라고 있다.

노원신문 김명화 기자
 

 

 

43 (100-b@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