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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일 2026-06-26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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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답하기 싫은‘나락퀴즈쇼’ - 노원신문 1034호 사설

인류가 공존할 수 있는 ‘열린 사회’

기사입력 2024-03-31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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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4호 사설

대답하기 싫은나락퀴즈쇼

인류가 공존할 수 있는 열린 사회
 

실력에 비해 너무 잘 된 사람을 고르시오.”

이 질문에 대해 손흥민, 유재석, 방탄소년단, 송광호가 선택지로 주어진다면 당신은 누구를 지목할 것인가? 요즘 유튜브 채널에서 유행하는 '나락퀴즈쇼'라는 웹콘텐츠이다. 웃자고 하는 질문이지만 자칫 잘못 대답하면 나락에 빠질 수위의 질문으로 답변에 나선 사람이 곤란해하는 모습을 즐기는 방식이다.

답변에 대한 설명의 기회를 주지 않고 비슷한 패턴의 질문을 반복해 논란을 만들어 낸다. 유명인이나 공적 지위가 있는 사람이 논쟁이 될 만한 발언이나 행동을 했을 때 대중들이 공격으로 지위나 직업을 박탈하려는 캔슬 컬쳐(Cancel Culture)를 풍자하는 것이다.

"다음 중 본인이 더 좋아하는 색은?"

1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이 있는 '파랑'이거나 2번 윤석열 대통령 사진이 부착된 '빨강'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

정치행사도 아닌데, 그 자리에 모인 다른 사람들의 성향도 모른 채 자신의 정치 성향이 드러내기가 여간 곤란한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런 나락퀴즈쇼를 즐기는 이유는 민감한 의견 표현을 금지하는 사회적 금기를 깨는 쾌감을 느끼고,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인사를 풍자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말 한마디 잘못했다고 과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미는 현상을 비판하는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쇼의 마지막 멘트는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수가 그 사람을 대변하지는 않습니다.”라고 한다.

새천년이 시작되고도 24년이나 지났다. 그렇지만, '구천년' 때나 유행하던 흑백 색깔론을 여전히 맹종하는 사람들이 있다. 특히 선거철이 되니 향우회가 결사체가 되고, 등산모임은 동원조직이 된다. 조기축구회에서도 목소리 큰 사람이 한둘 있으면 운동원이 된다.

내 전화기 안에는 많은 사람들의 연락처가 저장되어 있다. 손가락으로 톡톡 치는 것만으로 바로 통화할 수 있지만 바로 전화해 1번이냐, 2번이냐 묻는다고 정답을 찾을 수 있을까? 답변을 강요하는 것이 결국에는 진실을 가리는 것이 된다. 그들 각자가 자신의 삶에 근거하여 신중하게 판단하고 행동할 것이다.

자기 생각을 드러내지 못하게 하는 세상은 반드시 왜곡된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비판과 합리적인 평가가 이뤄지고, 합리적인 대안을 찾아 합의할 수 있다. 칼 포퍼는 전체주의를 비판하며 열린 사회를 인류가 공존할 수 있는 유일한 사회라고 주장했다. 열린 사회는 이성과 자유, 그리고 타인에 대한 박애의 신념에 의존해 판단한다고 한다.

단 한 번의 대답으로 한 인생을 나락으로 빠뜨리는 건 가혹하다. 우리 사회에서는 우리의 삶을 정치가 과도하게 제약하고 있다.

다만 한가지, 권력에 홀려 제멋대로 지껄이던 입과 함부로 행한 몸가짐은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모든 살아 있는 것은 변한다. 우주의 존재법칙은 운동이다. 확신은 위험하다.
(사진 - 시사인 
22.04.16 심각한 정치 양극화, 미래가 더 문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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