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경 시인, 동시집 『괜찮아, 괜찮아』 출간
남다른 상상의 깊이로 즐거움, 감동, 깨달음 선사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으로 툇마루에 올라서면 저 멀리 산 너머 세상이 궁금하던 어린 시절이 있었습니다.”-시인의 말 일부
통신과 교통이 발달하지 않았던 과거엔 내 발길이 닿지 못했던 곳은 미지의 세계였다. 경험 못하는 대신 우리 조상들은 상상력의 더듬이로 미지의 세계에 입이 아주 큰 거구귀(炬口鬼)나 만파식적 재료인 대나무가 자라는 귀수산(龜首山) 등 신수(神獸)들이 산다고 그리기도 했다.
어린 박순경 시인이 까치발로 내다본 것은 무엇이었을까? 지난 3월 1일 아동문예 출판사에서 발간한 박순경 시인의 동시집『괜찮아,괜찮아』를 살펴보면 그곳은 동화적 세상이다.
우선 소재가 어린이들에게 친근한 참새, 고양이, 까치 등 11가지 이상의 동물과 하얀 강아지풀, 노란 고들빼기풀 등 15가지 이상의 식물이 등장한다. 이들은 시인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전달 효과를 높인다.
박순경 시인은 무정물을 영혼이 깃든 유정물로 치환하는 활유법과 의인법을 활용해 생명성과 실감을 부여하면서 세상의 온기를 전한다. 이 따스함은 시집 전체에 흐른다.
지나가던 바람이/간당간당 매달린 나뭇잎 뚝 따서 앞세운다//
너희들 지각생이구나/왜 이러고 있어//
늦장 부리다가/추운 겨울 빙판길에서/덜덜 떨게 될 거야//
어서 가자/저기 동구 밖까지/데려다줄게
–「동행」전문
활유와 의인을 포함한 비유는 대상을 선명하고 구체적으로 듣고 보게 한다. 직설이 아닌‘돌려 말하기’의 한 방법이다. 그리고 시인은 대상을 남과 다른 시각으로 보아야 한다. 박이도 시인이 ‘낮설게 하기’를‘새롭게 하기’라고 풀이했듯, 시인이란 세상의 존재를 참신하게 새롭게 드러내는 사람인 것이다. 박순경 시인은 남다른 상상의 깊이로 주제를 생동감 있게 심화시키고 있다.
몹시 기대된다/오늘은 누가 들어올까//
입이 무거운 일기장 친구일까/소리가 아름다운 오카리나 친구일까//
아뿔싸//
내 몸 옹이까지 보여주는/거울 친구 들어왔다
-「서랍장」전문
한편, 박순경 시인의 동시들은 간결하다. 그리고 곧다. 대나무발의 소재인 세죽 같은 시행들이 은은한 죽향을 풍기고, 남의 생각을 압도하지 않는 굵기의 언어가 독자를 불편하지 않게 한다. 가끔 대나무 회초리처럼 따끔한 훈계도 있지만 억지스러움이 없다.
참새들 벌떼처럼/날아와/입방아 찧는다//
참새 입방아가/무섭기는/무서운가 보다//
점잖게 서 있던/수숫대가/휘청거린다
-「가을 수수밭」전문
황동규 시인이“시는 자신의 삶을 형상화하는 것”이라고 했다. 박순경 시인은 노원문인협회 사무국장을 지내며 정리한 비영리단체보조금 정산서류가 모범례가 될 정도로 정확하고 빈틈없는 일 처리로 유명하다. 이 떳떳함은 약자를 향한 응원으로도 표출된다.
가느다란 사철나무가/바람에 못 이겨/허리를 굽히고 또 굽힙니다//
어디서 보았는지/작은 새 한 마리/쏜살같이 날아와 재재거립니다//
고개 들어/넌/잘못한 게 없어
-「바람 앞에서」전문
박순경 시인의 시는 정서 순화와 따듯한 세상 만들기에 머물지 않고 역사적 진실에도 무게추를 두었다.
가슴 속에/묻어 놓은 말//
어찌/다/말하랴//
청동 옷 속에서/뜨겁게 뜨겁게 달아오른다//
입만 열면/도심 아스팔트 다 녹이겠다
-「소녀상」전문
시집의 삽화는 성균관대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양채은 화가가 전체 채색으로 동화책처럼 그렸다.『괜찮아,괜찮아』의 시 55편을 그림과 함께 읽으면 기발한 상상력에서 오는 즐거움과 감동, 깨달음을 얻으면서 세상을 살아가는 방향키 하나를 가슴 주머니에 넣게 될 것이다.
노원신문 김명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