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신문 1028호 사설
언제 철거될지 모르는 노원
지금부터 나중까지 지속가능한 개발전략
코끝 쌩한 추위도 물러가고 봄이다. 그 봄날에 꽃처럼 반가운 식구들이 다정히 모이는 설이다. 가족과 함께 나고 자란 곳으로 돌아가는 멀고 긴 귀향 행렬은 설 풍습의 상징이다. 이건 우리를 비롯한 아시아 대륙만이 아니다. 서양의 크리스마스도 종교의 색을 빼면 맨 끝에서 다시 시작하는 동지맞이, 새해맞이와 같다.
식구들이 모여 지나간 한 해의 노고와 성과를 격려하고 새로운 시작을 응원하는 단란한 우리 ‘집’에서의 명절 기억은 시골에서 도시로 장소가 바뀌고, 개발시대에서 정보시대로 세대가 바뀌면서 점차 잊히는 풍습이 되었다. 집의 의미와 가치가 달라지기도 했다.
특히 노원의 집이 심하게 불안하다. 지난해부터 ‘영끌족의 성지 노원 집값 폭락’이라는 유형의 기사가 나오기 시작했다. 최근까지도 최고가에 비해 수억원씩 떨어진 거래가 이뤄지고, 경매물건도 쌓이고 있다고 한다.
노원구는 대표적인 주거단지이다. 아이 키우기에 좋은 학군에 수락산둘레길과 중랑천 자전거도로, 경춘선숲길까지 자연환경이 우수하고, 퇴근 후 가까운 이웃들과 부담 없이 한잔할 수 있는 서민들의 동네이다. 그만큼 실수요자가 관심 가지는 동네이기에 언론의 부동산 기사에 항상 등장하는 곳이다.
재건축 이슈까지 부각되는 요즘이 노원에 30년 살면서 가장 불안하다. 원인은 언제 철거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건 지금 살고 있는 사람에게는 갑자기 닥치는 현실이 될까봐 불안하고, 투자한 사람에게는 반대로 마냥 미뤄질까봐 불안한 일이다.
승강기가 자주 멈추고, 난방 불안에 수도관 동파가 걱정되고, 주차장은 지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럭저럭 적응해서 사는데, 이사 가기 싫은데 안전진단 한다고 돈 내라, 재건축한다고 서명해 달라, 그렇게는 안 된다며 얼굴도 모르는 이웃이 앞장선다. 장기적인 투자가치보다는 소문에 휩쓸려 한탕 보려는 투기가치만 남는다.
30년 공사판이 벌어진다. 이렇게 어수선한 분위기로 노년을 행복하게 보낼 수 있을까? 느긋하게 노원에서 삶을 마무리할 수는 없는 걸까?
정비사업이 마무리되면 편리하고 쾌적한 신도시가 되겠지만 그건 다음 세대의 일이다. 그렇다고 재건축, 재개발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더 나은 주거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긴 호흡으로 멀리 보고 시간을 조절하면서 차근차근 가야 한다. 곧 철거해야 하는 집이나 순서를 기다려 30년 뒤에 재건축하는 단지에도 적용할 수 있는 계획을 세우고, 그동안 불편하지 않게 기다릴 수 있도록 세밀한 방안을 마련하고 나서 삽을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속가능한 개발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