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선생님 김재창의 팔도유람 산 이야기
눈 쌓인 횡성 청태산
모든 나무에 상고대, 온 산이 상고대
겨울산의 백미는 아름다운 설경이다. 해발고도 800m가 넘는 대관령은 눈이 많이 오는 곳이다. 대관령에 있는 제왕산을 향하여 가는데 대관령에 폭설이 내린다는 뉴스가 나왔다. 작년에 대관령에서 많은 눈 때문에 차들이 얽히고설켜 꼼짝 못 했던 생각이 났다. 생각 끝에 행선지를 바꾸기로 하고 급히 횡성 청태산으로 차를 돌렸다. 청태산도 설경이 아름다운 산이지만 대관령에 못 간다는 생각에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청태산은 강원도 횡성군 둔내면과 평창군 방림면의 경계에 솟은 해발 1194m의 준봉이다. 둔내 일대는 원래 눈이 많이 내리는 데다가 해발고도가 높아서 내린 눈이 봄이 되도록 녹지 않기 때문에 청태산은 겨우내 눈부신 설경을 간직하고 있다.
청태산 기슭에는 자연 휴양림이 조성되어 있다. 인공림과 천연림이 잘 조화된 울창한 산림으로 이루어져 있다. 숲속에는 온갖 야생 동식물이 고루 서식하고 있어 자연 박물관을 찾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태조 이성계가 관동지방을 가다가 아름다운 산세에 반하여 청태산(靑太山)이라고 이름 지었다.
차창 밖은 추위로 모든 것이 얼어붙은 듯하였다. 눈과 얼음의 겨울왕국으로 변하였다. 논을 바라보며 어릴 적 썰매를 타며 흥겹게 놀던 기억이 났다. 횡성에 들어서자 횡성한우와 횡성찐방 가게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횡성은 산간지역이면서도 논농사가 발달해 소의 먹이인 볏짚 조달이 쉽고, 소의 운동량이 많고, 일교차가 커 한우 사육에 최적의 입지를 갖춘 곳이라고 한다. 안흥찐빵은 달짝지근한 빵이 아니라 팥을 쪄서 자연 상태로 숙성시킨 뒤 반죽한 밀가루에 넣고 커다란 가마솥에 쪄서 만드는 60~70년대의 찐빵이다.
청태산 들머리에 들어서니 눈이 예상외로 많이 쌓여있었다. 아이젠을 착용하고 눈을 밟으며 조심스럽게 올랐다. 코스는 자연휴양림-1코스-정상-2코스-자연휴양림, 거리는 약 5km, 소요시간은 3시간이다.
입구에 들어서자 쭉쭉 뻗은 잣나무가 빽빽이 있고, 그 사이로 지그재그 데크길이 있어 운치가 있었다. 공기가 좋다는 생각에 머리가 맑아지고 마음이 평온해졌다. 하얀 눈밭에 펼쳐진 초록 조릿대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중턱에 오르자 멀리 눈 덮인 산들이 겹겹이 펼쳐지고 한편에는 풍력발전기가 돌아가 이국적으로 보였다. 올라갈수록 눈이 많아지면서 무릎까지 빠져 걷기가 힘들었다. 나뭇가지에는 서리가 하얗게 얼어붙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평소 보기 힘든 상고대였다. 모든 나무에 상고대(霜高帶)가 피어나 환상적인 모습을 하고 있었다. 온 산 전체가 상고대로 뒤덮여 신비로웠다. 난생처음 보는 광경에 눈을 떼지 못했다. 그리고 상고대 때문에 무거워서 그런지 적잖은 나무가 가지가 부러지거나 쓰러져 있어 안타까웠다. 마치 태곳적 숲을 보는 듯 신비로웠다.
올라갈수록 더욱 설국으로 변하면서 동화 속 나라로 들어온 것 같았다. 사람만 빼고 온통 하얀색이었다. 급경사를 한참 오르다 평편한 헬기장이 나타났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간식을 먹고 있었다.
이제 남은 거리는 600m, 어떤 산이든 정상을 오르는 길은 항상 힘들다. 드디어 정상 정복의 희열을 맛보며 인증사진을 찍었다. 이 순간의 감동은 잊을 수 없다. 이 맛에 산을 타는 것 같다.
다시 헬기장으로 내려와 자리를 잡고 따뜻한 커피 한잔을 하였다. 2코스 구간으로 하산하였는데 급경사 구간이라 위험하였다. 이곳의 나무들은 대부분 뿌리째 뽑혀 아무렇게나 나뒹굴고 있었다. 너무나 인상적인 광경에 궁금증이 일었다. 평소에 경험하기 힘든 산행이었다.
산이야기 김재창 ☎010-2070-8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