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콘크리트 아파트 사람의 꿈
권력과 인권, 희망에 대한 고민
지진이 났다. 건물이 무너지고, 전기가 끊겼다. 도시는 폐허가 되었지만 무슨무슨 페리스 사는 사람들에게는 무시당하던 황궁아파트 103동, 서민아파트 한동만 멀쩡히 남았다.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이야기다. 권력과 인권에 관한 고찰이며, 또 다른 희망에 대한 탐구이다.
콘크리트는 시멘트, 물, 그리고 강도를 위한 모래 등의 골재를 적절하게 배합하여 굳힌 건축재료이다. 철근으로 보강해 거대하고도 견고한 기둥과 벽을 세울 수 있다. 외부의 영향을 견뎌내 건축물의 효용을 오래도록 유지한다.
화이트 크리스마스 전날, 상계동의 한 아파트 옥상에서 불이 났다. 강추위에 난방 배관이 얼어붙었고, 난방 공급이 끊겨 주민들은 떨고 있어 열풍기로 옥상 난방 배관을 녹이는 과정이었다. 불은 1시간 만에 꺼졌고, 다친 사람은 없었다.
젊음을 다 바쳐 일해 얻은 유일한 자산이자 모든 것인 ‘아파트’ 신화가 무너지면 우리는 살 수 있을까? 그 이후의 새로운 문명을 재건축할 수 있을까? 그것이 가능하게 하는 전제는 아마도 인간에 대한 예의, 인간에 대한 신뢰일 것이다. 따뜻한 콘크리트 아파트가 가능할까?
지난 12월 8일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이 국회를 통과했다. 특별정비구역 내 사업에 대해서 ▲용적률 상향 ▲도시·건축규제 완화 ▲안전진단 면제·완화 등 특례를 부여하고, 건축규제 완화로 확대된 용적률의 일정 비율은 국민주택규모의 주택이나 현금 등으로 공공에 기여할 수 있게 한다는 내용이다. 1기 신도시 이외에도 상계, 중계택지지구가 해당된다.
단기간에 대규모로 개발된 주택공급단지는 기존 도시정비법의 재건축으로는 오히려 주거여건을 축소할 수 있기 때문에 특별법의 요구가 많았다. 이를 대선 기간에 공약으로 제시했고, 총선을 앞두고 법 제정까지 이르렀다. 앞으로 시행령이나 조례 정비까지 또 시일이 필요하다.
광운대역세권, 창동차량기지 개발, 그리고 아파트 재건축을 위한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준비 중인 노원구는 ‘미래’ ‘정비’ ‘개발’ 같은 단어로 희망과 분쟁을 야기한다.
오승록 구청장은 도시기반시설 재정비 가이드라인 구상을 위해 싱가포르 출장을 다녀왔다. 기본적인 숙소 제공으로 시작된 공공주택을 잘 설계된 커뮤니티 중심의 더 편안하고 환경친화적인 생활공간으로 재건축한 사례를 둘러봤다. 도시 공간계획, 대규모 고밀도 복합개발, 독창적 디자인, 지속 가능한 건축, 미래 주거, 정원 도시정책 등을 살폈다. 100년 미래 노원을 내다보는 큰 그림을 그리는 고민의 시작인 셈이다.
현장에서는 단지마다 재건추진(준비)위원회가 결성되고, 입주민들의 서명을 받고, 정비사업 관련 업체들이 개입한다. 그 중심에 누가 서느냐를 두고 밀고 당기는 잡음도 들린다. 앞서 나간다고 했던 단지들도 당초 계약이 무산되는 일이 생긴다.
재개발 사업에서는 불이 자주 났다. 겨울철 화재예방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