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선생님 김재창의 팔도유람 산 이야기
합천 남산제일봉
첩첩 산경에 점점이 절집과 산마을이 있는 수묵화
남산제일봉(南山第一峰, 1010m)은 경남 합천군 가야면에 있는 매화산의 제1봉으로 가야산의 남쪽에 위치한다. 가야산국립공원에 속하며, 기기묘묘하게 솟아난 바위 봉우리들이 불가에서는 마치 천 개의 불상 같다 하여 천불산(千彿山)이라 부르고, 또 이 산을 만발한 매화꽃에 비유하여 매화산이라고 부른다. 예로부터 화재를 일으키는 산이라고 해서 해마다 단오 때 해인사에서는 소금을 묻는 행사를 하고 있다. 가야산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은 산이지만 ‘한국의 산하’ 기관에서 100대 명산에 선정하였다.
이른 아침 새로운 산에 간다는 설렘을 안고 차에 올라 합천으로 향했다. 합천의 가볼 만한 곳은 합천영상테마파크, 해인사, 대장경테마파크, 황매산군립공원, 정양늪생태공원, 홍류동계곡 등이 있다. 별안간 추워진 날씨로 차창에는 이슬이 맺혀 밖이 전혀 보이질 않았다. 장시간 달리는데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4시간여 달려 들머리에 도착하였다. 서울에서 먼 곳이지만 예상외로 많은 차가 와 있었다. 이번 코스는 황산주차장-청량동 탐방지원센터-청량사-남산제일봉 정상-돼지골 탐방지원센터-치인주차장, 거리는 7.8km, 소요시간은 4시간이다.
산행준비를 하고 평화롭고 한적한 시골길을 걸었다. 이정표는 청량사, 해인사, 대장경테마파크, 소리길 등 각 방향을 알려주고 있었다. 산행이 어려운 회원은 소리길을 선택하였다. 가야산 소리길은 대장경테마파크에서 해인사 영산교까지 경사가 완만하여 탐방객들이 편안하게 자연에 접근할 수 있는 산길이다.
깊어가는 가을의 정취와 함께 아름다운 농촌 풍경을 만끽하며 산 정상을 향하여 나아갔다. 멀리 산자락에는 마을이 자리 잡고 있어 평화롭게 보였다. ‘천년고찰 청량사’ 안내판에는 보물 3점이 있다고 적혀 있어 기대가 컸다. 정확한 창건 연대는 알려 있지 않으나 삼국사기에 신라시대 최치원이 짓고 즐겨 찾았다는 기록이 있다.
청량사(淸凉寺) 경내에 들어서자 석조여래좌상, 삼층석탑, 석등 보물이 일렬로 나란히 놓여 있었다. 대규모 사찰도 아닌데 보물 3점이나 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대웅전의 석조여래좌상은 석굴암 본존불과 같은 모습이어서 인상적이었다.
사찰을 관람하는 사이 일행과 많이 떨어져 부지런히 따라붙었다. 0.8km를 오르니 조망이 터지며 전망대가 나타났다. 능선에 오르자 세찬 바람이 불어 추위를 느꼈다. 맞은편에 가야산이 우뚝 솟아있고 중턱에 유명한 해인사(海印寺)가 장난감처럼 작게 보였다. 멀리는 산이 겹쳐 보이고 산촌마을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 한 폭의 동양화 같았다.
좀 더 오르자 산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눈을 의심할 만큼 멋있는 풍경이 펼쳐졌다. 마치 이집트의 오벨리스크를 닮은 듯한 돌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오랜 세월 자연이 빚은 신비스러운 풍광에 할 말을 잃었다. 처음 보는 장면에 감탄을 자아내면서 한 걸음씩 나아갔다.
수직에 가까운 철 계단을 올라 드디어 정상에 도착하였다. 전경이 확 트여 풍광이 360도 파노라마로 펼쳐졌다.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기분을 느꼈다. 남산제일봉 정상석에서 인증사진을 찍고 반대 방향으로 하산을 시작하였다. 하산 구간은 기암괴석이 거의 없는 너무나 평범한 산이었다. 산은 하나인데 마치 두 개의 산을 등반하는 느낌이 들었다. 등산로는 정비가 잘되어 있어 단시간 내에 해인사 입구 마을로 내려왔다. 관광객이 많이 오는지 가게들이 즐비하였다. 그런데 이상하게 규모가 큰 해인관광호텔은 폐업을 했는지 을씨년스럽고 출입구도 막혀있었다.
마을 앞 계곡에는 맑은 물이 흐르는데, 가을 단풍이 너무 붉어서 흐르는 물에 붉게 투영되어 보인다고 하여 홍류동 계곡이라 한다. 시간상 해인사를 못 보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산이야기 김재창 ☎010-2070-8405
노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