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선생님 김재창의 팔도유람 산 이야기
충북 영동 천태산, 영국사
바위산 모진 바람에 급은 소나무
영동이란 지명은 세곳이 있는데 각자 한자가 다르다. 첫째 영동 지방(嶺東地方)은 강원도의 백두대간 동쪽 지방을 가리키는 말이다. 둘째 영동군(永同郡)은 충북 남쪽에 있는 군이다. 경부선 철도와 경부고속도로가 지나간다. 셋째 영동(永東)은 강남의 다른 이름이다. 예전에 영등포 동쪽 지역을 일컫던 말이다. 영동대교, 영동대로, 영동고등학교 등 명칭이 남아있다.
천태산(天台山, 714m)은 충북의 설악산으로 불릴 만큼 경관이 아름다워 100대 명산으로 선정되었다. 천태산이 품고 있는 영국사는 수령이 약 천년 된 은행나무와 보물이 가득한 사찰이다.
산행을 떠나는 날은 항상 설레는 마음으로 길을 나선다. 3시간 이상을 달려 들머리에 도착하니 유명한 산이라 그런지 많은 차가 있었다. 산행코스는 주차장-삼단폭포-은행나무-A코스-암벽코스-천태산정상-헬기장-남고개-D코스-승탑-영국사-망탑봉삼층석탑-주차장, 산행거리는 약 7km, 산행시간은 4시간이다.
준비를 하고 조금 올라가니 삼단폭포가 보였다. 우기가 아니라서 수량은 풍부하지 않았지만 가슴을 시원하게 하였다. 영국사가 다가오면서 감나무와 은행나무가 나타났다. 감나무에는 주홍빛으로 물든 감이 주렁주렁 매달려 탐스럽게 익어가고 있었다. 영동의 농특산물로는 곳감, 포도가 유명하다. 천연기념물인 은행나무는 보는 순간부터 나를 압도하였다. 안내판을 보니 ‘나무의 높이가 31m, 둘레는 11m, 나이는 천살 정도로 추정된다. 국가에 큰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소리 내어 운다.’라고 쓰여 있었다. 한 방문객은 양평 용문사 은행나무보다 더 웅장한 거 같다며 감탄하였다.
영국사는 나중에 관람하기로 하고 산행을 먼저 하였다. 중턱쯤 오르니 조망이 터지며 영국사와 들머리가 멀리 보였다. 눈앞에 급경사인 난코스가 나타났다. 경고문에는 ‘대단히 위험한 75m 암벽 등산로이기 때문에 초보자는 우측 안전코스로 우회할 것’이라고 하였다. 아쉽지만 천태산의 랜드마크를 포기하고 조금 멀지만 안전한 코스로 정상을 향하여 나아갔다.
바위산이라 그런지 소나무들이 곧게 자라질 못하고 굽은 나무가 많아 운치가 있었다. 멀리 첩첩이 쌓인 산 능선이 끝없이 펼쳐지고 마을이 간간이 보였다. 멋있는 풍경을 감상하며 여유있게 오르니 기분이 상쾌하였다.
드디어 정상에 서니 정복했다는 뿌듯함이 밀려왔다. 우뚝 서 있는 정상석에는 충남 금산군이라 적혀있었다. 천태산은 충북 영동군과 충남 금산군 경계에 있는 산이다. 인증사진을 찍고 바로 하산을 하였다.
넓은 공터를 찾아 삼삼오오 모여 앉아 쉬면서 요기를 하였다. 즐거운 시간을 보낸 후 다시 발길을 돌렸다. 경치와 전망이 좋은 능선길 코스로 하산을 하였다. 억겁의 시간이 만든 기암괴석과 바위틈에 깃들어 모질게 살아가는 소나무를 보면서 내려가니 지루한지를 몰랐다. 정겨운 자연 속에 흠뻑 취하니 마음이 편안하였다.
산행을 마무리할 즈음 천년고찰 영국사가 보이기 시작하였다. 영국사(寧國寺)라는 명칭은 공민왕이 피신하며 이 절에서 국가의 안녕을 기원하며 불사를 올린 것에서 비롯되었다고 전해진다. 영국사는 큰 사찰도 아닌데 보물이 4점이나 있어 놀라웠다. 먼저 ‘원각국사비’를 찾아 나섰다. 커다란 거북 모양의 받침돌과 비석이 세워져 있었다. 글씨 마모가 심한 것을 보니 그 역사가 매우 오래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뒤편에는 스님의 사리를 모셔둔 ‘영국사 승탑’(僧塔)이 자리하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단정하고 아담한 형태의 승탑이다. 대웅전 앞에 ‘영국사 삼층석탑’은 신라 시대에 만들어진 탑으로 안정감 있게 보였다. 사찰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영국사 망탑봉 삼층석탑’은 자연 바위를 깎아 기단을 만들고 그 위에 삼층석탑을 조성하여 인상 깊었다. 이번 여정은 자연경관과 문화유산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매력적인 곳이었다.
김재창 노원신문 편집위원 ☎010-2070-8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