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암도서관 사서 정상훈
[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 이은소, 새움. 2018
▶조선에 정신과 의사가 있었다.
내의원 어의 유세풍은 의료사고로 침을 놓을 수 없는 의원이 되어, 소락현 계수의원에서 심의가 된다.
심의(心醫)는 환자 및 환자주변사람들마저 편안한 마음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 병자(病者)는 극도로 불안감이나 두려움을 느끼는데, 이것은 진실로 환자의 치유에 큰 해(害)가 된다. 따라서 환자는 종잡기 어려울 정도로 원하는 것이 바뀌는데 그때마다 곡진히 따라주어 평안하게 해준다. 환자나 환자의 주변인물들의 마음이 편안하면 환자의 병기운도 가라앉기 때문이다.
-세조 의약론
▶계수의원에는 유세풍과 그의 종 만복이 외에, 계지한 의원, 그의 딸 입분, 약재의 달인 장군, 치매에 걸린 화냥년, 살림의 달인 남해댁까지 모두 가짜 가족이지만, 진짜 가족이다.
“애비 등골 그만 빼먹고 얼른 시집이나 가.”
“언제는 가지 말라며? 딸내미 그만 볶아치고 아버지 장가나 가셔. 난 시집 안 가고 계수의원 물려받을 테니까.”
“우리 소락 병자들을 생각해서라도 널 얼른 보내야겠다.”
-371쪽
▶사회 제도는 사람들을 억압하여 병들게 하고, 사람들에게 폭력을 행사하여 상처를 입힌다.
소녀는 죽은 어머니를 잊도록 강요당하고, 비구니는 억지 결혼을 강요당한다. 남편의 외도와 무시로 상처받는 아내,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는 아내는 사회적 압력 때문에 결혼생활을 유지하려 한다.
줄 위에서 박수 받는 광대는 세상 모두에게 멸시받는다. 맹인 판수는 아이들에게 이유 없이 돌팔매를 맞고, 서출로 태어난 아이는 본부인에게 지속적으로 학대를 당한다. 선비는 가능성 없는 과거 시험으로 내몰리고, 아내는 인생 모두를 바친다.
그래서 몽유병, 조울증, 자존감 상실, 알코올 의존중, 오줌싸개, 성기능 불능이 된다. 집에 불을 지르고, 자해를 하고, 목숨을 끊으려 한다.
비구니는 자신을 지키고, 사랑을 지키기 위해 싸운다.
“그래도 나 굴복하지 않을 거야. 밟으면 일어나고 때리면 들이받고 욕하면 대거리해서 내 행복을 찾을 거야. 한 번밖에 없는 인생, 죽으면 그만이잖아. 내 인생이잖아. 남들이 대신 살아 주지 않잖아. 예쁜 의원님도 남들이 개소리 쳐도 맘 쓰지 말고 원하는 대로 살아요.”
-335쪽
▶병자들은 조선 시대가 아니라, 오늘날 우리 모습, 이웃의 모습이다.
그래서 유세풍과 유은우의 터무니없는 문제 해결이 통쾌하다.
아비가 목소리를 높였다.
“사내도, 여인도 똑같이 감정이 있는 사람입니다.”
“과부는 감정이 없어야 한다. 국법이 정한 것이다.”
“개가를 말라고는 하지 않았습니다.”
“그 자손은 관리로 등용하지 말라 하였지. 그것이 개가를 하지 말라는 뜻이다. 장차 태어날 자식들 생각은 하지 않느냐?
-395쪽
▶주인공의 사랑에는 장애물이 있지만, 언제나 해피엔딩이다.
아비는 대전을 나오면서 세풍에게 나무라듯이 말했다.
“너희 젊은것들은 늙은이들이 고리짝 법도만 운운한다고 불평하지. 하지만 보아라. 내가 매파를 보내서 정식으로 청혼하지 않았다면 그 아이와 네가 또 얼마나 고초를 겪었겠느냐? 때로는 법도와 절차가 필요한 법이다.”
-444쪽
▶8월1일 방송되는 착한 드라마, 기대된다.
노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