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
책을 소개합니다. - 불암도서관 사서 정상훈
[트로트가 무어냐고 물으신다면. 장유정. 따비. 2021]
▶누군가는 여기저기 할 것 없이 TV에서 온통 트로트만 나온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제까지 트로트가 받았던 오해와 편견, 그 속의 핍박과 설움을 감안하면 지금 트로트의 열풍을 좀 참아주어도 되지 않을까 싶다. 영원한 것은 없을 테니, 언제까지나 트로트의 열풍이 계속되지도 않을 것이다. -P340
설과 추석에는 TV에서 4대 천왕 ’태진아, 현철, 송대관, 설운도’를 강제로 들었다.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 같던 트로트계 4대 마왕이 사라지고, 영탁, 임영웅, 김호중, 송가인 등이 나타났다. 더 이상 트로트는 낡고, 촌스럽고, 정체된 장르가 아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때문에 아들 내외와 손자녀들이 강제로 듣는 장르가 아니라, 함께 듣는 장르다.
▶대통령 박정희가 〈동백아가씨〉의 금지에 개입했다는 소문에 대해, 그 시절 청와대 비서관이었던 김두영은 “대통령이 뭐 할 일이 없어서 노래 한 곡 금지하는 데 관여한단 말인가. 실상을 너무 모르는 백면서생들의 탁상공론이다”라고 일축했다고 한다. -P63
가수 이미자를 비롯한 사람들의 증언도 그렇고, 이미자의 노래를 즐겨 들으며, 이미자의 노래를 왜색 가요라는 이름으로 금지시키지는 않았을 것 같다.
트로트는 클래식 전공자들에게는 하층민의 노래로, 민족주의자들에게는(?) 왜색 짙은 노래로, 노래 운동가들에게는 패배의 음악으로 여겨졌다. 이러한 트로트가 2020년대에도 건재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러고 보면 트로트의 흡수력과 포용력은 요즘 말로 ‘갑’이다. 모방과 복제, 갱신, 변신, 변모 등을 통해 끝없이 달라진다. 트로트가 계속 달라진다는 것은 머무르지 않고 흐른다는 것이고, 흐른다는 것은 살아 있다는 것이다. 박물관의 박제가 아니다. 끝없는 핍박에도 트로트가 살아남을 수 있는 것, 변신과 포용력이 바로 트로트의 힘이... -P314
저자 장유정은 「장유정이 부르는 모던 조선 : 1930년대 재즈송(2013년)」과 「경성야행(京城夜行)(2020년)」이란 두 장의 정규 음반을 낸 가수이며, 대중음악, 여성, 생태 등을 화두로 하여 지속적으로 공부하고 강연하며 노래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대중음악사학자다.
트로트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읽어 봐야 할 책이다. 알고 들으면 더 좋다.
트로트를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가수 서유석의 말을 전한다.
▶그것이 트로트이건, 낮추어서 뽕짝이건, 이 계열의 노래는 우리 민중들 속에 너무 깊숙이 뿌리를 내렸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렇게 감성으로 받아들이는 노래를 이성과 논리로 아무리 칼질을 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오히려 한국인 정서에 맞는 트로트 가요 육성이 시급한 과제가 아닐까? P34
노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