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주 작가의 당현천 스튜디오 열다
풍경소리, 우주의 기운, 그리고 사랑의 모양
작가의 내면과 소통하는 시간과 공간
시시각각 변화하는 세상에서 나를 지키며 곧게 산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감수성 예민한 예술가의 삶이란 또 얼마나 지난했을까? 그래서 작품은 예술가의 삶 자체이다.
지난 12월 21일 전주 오즈하우스에서 열린 한국문화예술아카데미 16기 강연에 김연주 작가의 삶의 이야기가 그림과 함께 공개되었다.
갤러리에서는 블루칩 작가로 각광받지만 개인전 위주로 활동해 지역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김연주 작가는 노원사람이다.
“화가로 사는 삶이 녹록치 않다. 그래도 힘들 때마다 응원하고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지금까지 왔다. 사실은 성공한 사람이다.”
김연주 작가는 남원 시골에서 자라 중학교 때 천부적인 소질을 발견한 선생님의 권유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당연히 시골농부인 부모님은 뒷바라지를 감당하지 못한다고 애초에 싹을 잘랐지만 선생님들의 도움으로 대학까지 마칠 수 있었다. “교직은 편안하겠지만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는 화가로 성장할 수는 없다. 힘들더라도 작가로 가자.” 그렇게 1994년 서울행, 도봉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했다가 노원에서 아이를 키웠다.
그렇게 지나온 삶의 과정이 자화상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일부러 성질을 내보는 스무 살의 얼굴은 잠시 연애하는 홍조를 보이다가 신혼살림집 한 켠에 소주잔을 배경으로 밤을 새우고서야 돌아오는 디자이너 남편을 기다리는 고뇌상으로 변한다.
“진심으로 비운다는 것, 공(空)이란 무엇인가? 달라이 라마의 ‘행복론’을 보고 9년을 참선으로 마음공부를 하면서 조금씩 마음의 정체, 세상과의 관계에 대해 느끼게 되었다. 그림에 몰두하다 보니 세상 무너질 것 같은 일들도 별일 아니게 되었다. 그림이 위로가 되고, 힘이 되고, 공부가 되었다. 그림을 통해 자문자답하면서 덕분에 그 힘든 시기를 도망가지 않고 잘 살아냈구나 싶다.”
그렇게 오롯이 바친 그림은 어떤 사람에게 또한 위로가 되고, 힘이 되어주면서 화단에 애호가들이 생겨났다. 김연주 작가는 2000년 이후 ‘풍경소리’ ‘2월의 바람’을 그렸다. 형태가 없어지고, 기운의 생동이 자리를 잡았다.
6kg이나 빠지면서 준비한 첫 개인전에서 아버지는 “나는 보이는 세상만 그리는데, 넌 안 보이는 세상을 그리는구나, 내 딸 자랑스럽다.”며 인정해 주셨다. 그때 패물을 팔아서 그림을 산 부인도 있었다. 아버지와 동생을 보내고 두 번째 연 개인전에서는 “넌 돈방석에 오를 거야. 마음을 건드리는 힘이 있어. 독이 될 수도 있어.” 하시는 교수님에게 “가난한 화가는 싫어요.”라고 말할 정도로 성장했다.
대학을 졸업하면서 ‘더 이상 공모전에는 나가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던 것처럼 회원전보다는 개인전에 집중했다. 2003년 이후 17번의 개인전을 성공시키면서 작가로서의 기반이 단단해졌다.
“작가도 생활을 해야 한다. 그림을 팔아야 다음 전시도 할 수 있다. 그게 쉽지 않은데, 열심히 사는 게 기특해서인지 후원회도 결성되어 작업을 꾸준히 할 수 있게 해 주었다.” 후원회 덕분에 대학 시절의 작품부터 최근작까지 담은 화집 ‘김연주’를 낼 수 있었다. 그의 작품은 모두 자료로 보관하는 남편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서울 올라오고 이듬해인가 김기창 화백 60년 회고전이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전관에서 열렸다. 그걸 보고 나도 60년 회고전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남편이 어려운 시절 단칸방으로 이사할 때도 그림을 다 싸서 다녔다.”며 자랑한다. 같이 미술을 전공하고 생활을 위해 디자이너가 되었던 남편도 미술치유가이자 시사성 있는 작품을 발표하는 작가이다.
김연주 작가가 15년을 지켜온 도봉동 화실을 지난해 7월 당현천 옆으로 옮겼다. “큰 작업을 하다 보니 공간도 필요했고, 아이들은 다 커서 자기 몫을 하지만 집 가까이 있어서 좋다. 물가를 산책하는 것도 좋고, 창문을 열면 불암산과 삼각산이 마주 보고 있다.”
김연주 작가가 그 화실에서 시간, 공간, 미음의 문을 열었다. 작가의 내밀한 공간을 이웃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동네 사람들에게 갤러리는 너무 멀다. 문턱도 높다. 주민들에게도 인사하면서 편안하게 차도 대접하고, 내 작업도 보여드리며 소통하는 의미이다. 해외 전시 초대도 받았는데 코로나 때문에 여의치 않게 되었다. 전시회도 못하는 상황에 최근작들을 스튜디오에서 보여드리는 기회이다. 반응도 좋다.”
자연에서 우주, 다시 사랑으로 승화하는 작품들이 눈빛 고운 이웃들을 기다리고 있다.
노원구 상계로26길 13 301호
☎02-3491-1227
강연동영상 https://youtu.be/EZgWVs5R_Mk 링크
노원신문 백광현 기자 100-b@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