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부류 노원사람들의 합주곡
노원학의 정립과 도시개발사 연구
최근 노원지역학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노원문화원을 중심으로 여러 차례 토론회도 열고, 학술대회도 열었다. 향토사연구소를 지역학연구소로 재편하고, 위원도 새로 보강하면서 노원지역학 연구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지역문화 발전을 위한 학문적 토대를 마련해 나간다.
지역학은 지방자치, 지방분권과 긴밀히 연관되는 학문이다. 특정한 공간을 전제로, 그 공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 그들이 관계 맺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제도, 또 그렇게 만들어낸 결과물까지를 실증적으로 해명하는 학술적 연구이다. 그동안 옛날이야기 정도로 여겼던 향토사를 보다 객관적이고 종합적으로 확장한다. 1993년 서울학연구소가 그 시작이다.
‘서울에는 서울사람이 없다.’ 부모들이 월남한 지 70년이 넘었는데도 이북사람이고, 할아버지의 고향일 뿐, 아버지조차도 2~3년 살지 않은 전라도, 경상도가 출신지가 된다. 초등학교까지만 다녔어도 강릉사람, 진천사람이 된다.
그런 서울에서 지역학이 가능한가?
서울은 직주분리 도시이다. 집은 잠만 자는 공간이고, 직장은 주변 경관과 환경에 관심 쓸 일이 아니다. 어디고 잠깐 들리는 곳일 뿐, 내 삶의 근거지가 아니다. 그런 상황인데 서울학도 아니고 노원지역학이 가능한가?
인구 규모가 비슷하더라도 제주라고 한다면 일면 수긍이 된다. 50배가 넘는 면적뿐만 아니라 제주도의 독특한 자연, 그리고 독자적인 역사와 문화가 있지 않은가. 인구 28만명의 춘천은 어떠한가? 남북을 잇는 북한강 교통로의 거점지역으로 역사에서 감당했던 역할,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온 문화적 자부심이 그들을 춘천인으로 만들었다.
1963년 이전 양주였던 노원에서 조선시대 이야기만 찾는다면 도봉, 중랑과 어떤 차별이 있나?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이 지역학의 핵심인데, 노원은 차별화의 근거가 무엇인가?
노원학은 노원사람들의 이야기, 그들의 과거와 현재를 이어 미래를 향해야 한다. 노원의 특수성, 차별성, 정체성의 내용을 채워야 한다. 근원적 물음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양주 땅에서 농사짓던 원주민, 60년대 이농했다가 도심에서 다시 철거되어 노원에 온 사람들, 80년대 내 집을 장만한 상계주공의 성실한 도시인들, 90년대 계획된 도시의 자유민들, 그들과 함께 왔지만 완전히 다른 삶을 사는 임대아파트 주민들, 월계, 공릉동의 새로 지어진 원룸에 들어온 학생들, 이들이 모두 노원사람이다.
서로 다른 삶의 양태로 이해관계가 대립되지만 그들이 어우러져서 내는 합주곡이 미래의 노원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 노원학의 방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