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골’의 트리하우스
토박이 작가 황천우
노원신문을 통해 수락산 동막골에 세워진 ‘수락 휴’ 트리하우스가 상당한 성황을 누린다는 소식을 접했다. 하여 동막골이 어떤 장소인지 내 고향에 거주하는 노원구민들을 위해 아련한 기억을 되새겨본다.
노원구 토박이로 어린 시절부터 수락산을 우리 집 정원처럼 여겼던, 수락산을 놀이터 삼아 성장했던 우리 세대에게는 동막골이라는 이름보다 ‘미친골’이라는 이름으로 친근하게 다가온다.
사정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미친골’이라는 단어가 상당히 부정적으로 비칠지 모르나 우리 세대가 과감하게 그리 지칭하는 데에는 흥미로운 이유가 있다. 바로 동막골이 지니고 있는 경쟁력 때문에 그러하다.
조선조 최고의 천재로 평가받는 김시습이 수락산을 가리켜 비록 외형은 웅장하지 않으나 속살은 천하일품이라 지칭했던 것처럼 수락산의 속살은 그야말로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아름답다. 그중에서도 가장 아름답고 신비스러움까지 주었던 곳이 바로 동막골이었다. 그로 인해 그곳에 들어가면 빼어난 경치에 빠져들어 반드시 술잔을 기울이고 밤이 늦은 시간에 얼큰하게 취해 집으로 돌아가고는 했다.
말인즉 맨정신으로 그곳을 벗어난 적이 없고, 그래서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동막골을 미친골로 명명하고 지금까지 가슴에 새기고 있다. 결론적으로 우리에게 미친골은 부정적인 의미가 아닌 ‘황홀하다’는 의미의 반어에 불과하다.
그런 연유로 시간이 흘러 결혼하여 가정을 이룬 이후에도 가끔 친구들을 만나면 다른 장소에서 시간을 함께하다가도 오후 늦은 시간에 일부러 그곳을 찾아들어 지난날을 회상하며 가볍게 한잔 기울이고는 했다.
수락산 근처에 터 잡은 이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수락산을 산책하는데, 어느 순간 동막골에 들어선 트리 하우스를 바라보면 우리 세대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의 시선에도 역시 미친골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은근히 미소를 머금고는 한다.
노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