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헌왕후, 복수로 탄생한 성군
소설가 황천우의 역사 재해석
올해 초에 소설 《원경왕후》를 발표한 바 있는 노원 토박이 소설가 황천우가 소설 《소헌왕후》를 발표했다. 소헌왕후는 조선조 제4대 임금인 세종의 아내로 원경왕후의 며느리이다.
원경왕후와 소헌왕후, 두 걸출한 여인의 삶은 나란히 겹쳐진다. 고려시대 명문세족의 여식으로 태어나 왕의 반려가 되었고, 이방원의 손에 멸문지화를 방불할 정도로 친정이 박살났다는 점까지도 닮았다.
그러나 두 왕후의 생애는 전혀 다른 궤적을 그린다. 원경왕후가 이방원의 그늘에서 끝내 총기와 재능을 온전히 펼치지 못한 채 한 많은 생을 마쳤다면, 이방원 사후의 소헌왕후는 정숙한 왕후를 넘어 왕의 굳건한 정치적 동반자로 자리매김한다.
전작 《원경왕후》에 이어 황천우는 역사적 진실과 소설적 재미를 촘촘히 엮어낸다. 실록에서 발췌한 사실과 예리하게 포착해 낸 진실이 맞물리며, 소설은 끝을 향해 힘차게 치달아 간다.
탁월하고 유창한 문장으로 황천우는 원경왕후 이후의 시간을 소설 《소헌왕후》를 통해 증언한다. 이방원의 치세를 두고 ‘조선은 첫 단추를 잘못 꿴 나라’라 신랄하게 비판했던 그는, 소헌왕후의 입과 몸을 빌려 무엇이 나라인지를 끝내 강변한다.
역사가 기록하듯 이방원은 죽고, 소헌왕후는 그보다 오래 살아남는다. 단단하고 옹골찬 정숙한 낭자는 복수보다 더 큰 비원을 끝내 이룬다. 그녀의 마지막 말에서 읽을 수 있듯, 조선의 첫 단추는, 비로소 이 지점에서 제자리를 찾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황천우는 1959년 노원(당시는 경기도 양주군 노해면)에서 태어나 연촌초, 재현중, 대광고 그리고 서울시립대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중앙 정치 무대에 입성했다. 그곳에서 짧지 않은 기간 머물던 그는 정치판을 떠나 다시 시험을 치르고 서울과학기술대 문예창작과에 입학하며 소설가로 변신했다.
그리고 여러 해 전에 자신의 고향 노원을 위해 수락산에 숨겨진 사연을 세상에 드러낸 인문 교양서 《수락산에서 놀다》를, 지난해에는 고문서를 샅샅이 파헤쳐 노원의 정체를 밝힌 《으뜸고을 노원》을 발표할 정도로 뼛속까지 노원 사람이다.
노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