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계본동 백사마을, 신석기시대에도 사람이 살았다
재개발 부지에서 빗살무늬토기·갈돌 출토
기록보존 후 공사 진행
중계본동 백사마을(중계동 30-3번지 일원) 주택재개발 정비사업 부지에서 신석기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는 생활·분묘 유구 9기가 확인됐다. (재)서울문화유산연구원이 지난 5월 펴낸 「중계본동 주택재개발정비사업 부지 내 유적 발굴조사 종합 약식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부지에서는 신석기시대 주거지 1동과 수혈 1기, 삼국시대 주거지 2동과 수혈 2기, 조선시대 회곽묘 1기, 시기미상 수혈 2기 등 총 9기의 유구가 조사됐다.
지난 2009년 (재)중앙문화재연구원은 지표조사 결과, 형질 변경이 심하지 않은 4곳을 중심으로 표본조사를 실시해 유구의 존재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전체 사업대상지(18만 7967.5㎡) 가운데 절반을 매장유산 표본조사 대상지역으로 다시 지정했다. 이에 따라 서울문화유산연구원이 지난 2월 3일부터 3월 5일까지 13일간 표본조사를 진행했다.
표본조사는 총 92개소의 트렌치를 설치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대부분 지점은 1970년대 이후 도시화 과정에서 절토·복토가 심하게 이뤄져 원지형이 훼손된 상태였으나, 비교적 원지형이 남아있던 2지점 북동쪽 ‘21트렌치’에서 신석기시대 수혈과 삼국시대 추정 주거지, 조선시대 수혈이 확인됐다.
이를 근거로 열린 학술자문회의(3월 9일, 자문위원 정계옥 전 국가유산청 전문위원·신희권 서울시립대 교수)에서 정밀발굴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고, 유구가 확인된 트렌치 일대(중계본동 17-7일원) 1816㎡에 대해 3월 30일부터 4월 28일까지 정밀발굴조사가 진행됐다. 항공사진 대조 결과 해당지역은 주류도매업체 마당과 접해 주거용 건물들이 있던 곳이다.
정밀발굴조사 결과 확인된 신석기시대 주거지 1동은 방형(444cm×374cm)으로, 내부에서 기둥구멍 9기와 저장공, 노지로 추정되는 수혈(구덩이)이 확인됐다. 저장공에서는 빗살무늬토기(즐문토기) 1점이, 중앙 수혈에서는 갈돌 1점이 출토됐다. 주거지 서쪽 2m 지점 신석기시대 수혈(장방형, 200cm×너비 129cm×깊이 82cm)에서도 빗살무늬토기편이 나왔다. 이 신석기시대 주거지는 후행하는 삼국시대 1호 주거지에 의해 일부가 파괴된 채 확인됐으며, 삼국시대 주거지 내부토에서도 신석기시대 빗살무늬토기편과 목탄이 함께 발견됐다.
삼국시대 유구로는 사주식(4개 기둥) 주거지로 추정되는 주거지 2동과 수혈 2기가 확인됐으며, 타날문토기(두둘긴무늬토기)편과 직구단경호(곧은입짧은목항아리) 구연부(입술)편이 출토됐다. 조선시대 회곽묘 1기는 도굴 등 후대 삭평(평평하게 깎음)으로 하단부가 훼손된 상태였고, 유물은 나오지 않았다.
이후 4월 24일 열린 2차 학술자문회의에서 자문위원들은 “동-서 방향의 가지능선 상에 신석기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의 생활유구와 분묘가 확인된 것으로 보아 이 일대에 오랜 기간 주민이 거주했던 중요한 성과가 밝혀졌다. 훼손이 심한 상태 등을 감안할 때 기록보존 후 사업을 시행해도 무방하다,”는 의견을 냈다. 이에 따라 조사기관은 국가유산청의 보존조치 통보 이후 예정된 공사를 진행해도 무방하다는 결론을 내렸고, 지난 5월 8일 착공했다.
이번 조사 전까지 공개자료에 노원구는 물론 서울 강북지역에서 신석기시대 유물이나 주거지가 직접 발굴된 사례를 찾을 수는 없었다. 다만 구릉산 북쪽 망우리에서 빗살무늬토기편이 채집됐고, 남양주 진접 금곡리에서 주거지 1동, 구리 토평동 유적에서는 주거지 5동과 토기가마 등이 조사된 바 있다. 구석기시대 석기는 신내동, 망우동, 면목동, 석관동 등 서울 전역에서 발굴됐다는 공식 기록이 나온다. 노원구에서는 올해 중계동 363-12번지 불암산근린공원(가재울지구) 조성사업부지에서 청동기시대 주거지가 발견됐다(새론문화유산연구원, 2026). 보고서는 이를 근거로, 노원구 일원을 포함한 서울·경기 동북부 지역에도 선사시대부터 사람이 거주해 온 것으로 판단된다고 기술했다. 백사마을 신석기시대 유물에 대한 연대측정 결과는 이번 약식보고서에는 수록되지 않았다.
한반도의 신석기시대는 기원전 8000년~기원전 1500년경으로, 지금으로부터 약 1만 년 전부터 약 3500년 전까지에 해당한다. 서울·수도권의 대표적인 신석기 유적은 한강변에 있다. 방사성탄소연대측정 결과 암사동 유적은 약 6000~5000년 전, 파주 대능리 유적은 약 5700년 전, 김포 신안리 유적은 약 5600년 전, 미사리 유적은 약 5253년 전으로, 모두 빗살무늬토기가 전국으로 확산되던 신석기 전기 말~중기(대략 5500~4000년 전)에 해당한다.
김명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