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록 시니어의 마을일기
알파&오메가의 공동구매 ‘오카방’
10년 전 문을 연 상계역세권의 생활용품 판매점 「알파&오메가」(삼창상가/ 한글비석로377)는 지하 매장이 넓어서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인근의 세계로마트와 바다마트, 다이소와는 가격도 차이 나고 분위기도 색다릅니다.
처음 「알파&오메가」가 생겼을 때 나는 구경했습니다. 새로운 매장이 들어선다는 기대감과 묘한 호기심이었습니다. 지하매장 입구에는 갖가지 화분을 진열했는데, 지나가면서 사진을 찍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해마다 5월에는 꼭 카네이션을 팝니다.
지하의 본 매장은 상품들이 정말 다양합니다. 주방, 생활용품은 물론이고 옷과 그릇, 등산용품까지 사람들이 찾는 것은 다 있습니다. 직원들은 말만 하면 그 많은 물건의 위치를 콕 집어서 알려줍니다. ‘믹서기’는 안전해야 하기 때문에 뚜껑을 제대로 닫지 않으면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어르신께 친절히 설명해 줍니다. 얼마 전부터는 방부제 없는 빵, 음료, 라면과 간단한 의약품에 화장품까지 들어왔습니다. 의식주를 비롯해 어지간한 가정상비약까지 다 있는 셈입니다. 안쪽은 흥미진진한 철물점입니다.
며칠 전에는 ‘고유가피해지원금’ 덕분에 당분간 필요한 것들을 왕창 샀는데, 오늘은 ‘카레우동’입니다. 까만 봉지에 ‘요리의 계급전쟁 흑백요리사’의 최강록 쉐프가 선명합니다. 아내는 쉐프의 레시피대로 딱 2분 30초만 끓였습니다. 카레스프는 1봉지만 넣었습니다. 굵고 부드러운 면발에 카레향이 좋습니다.
아내의 심부름으로 다른 마트를 갈 때도 나는 꼭 「알파&오메가」를 둘러봅니다. 실속을 챙기는 방법이 하나 더 생겼기 때문입니다. 가격표에는 줄이 그어진 ‘정상가’와 ‘할인판매가’가 적혀있는데, 그 아래 더 저렴한 ‘오카방 회원가’가 또 있습니다. 오카방이 뭐냐고 묻자마자 직원이 ‘카카오 단톡방’에서 회원가입을 완료해 주었습니다. 사위에게 들었던 ‘공동구매’입니다.
아침마다 ‘주문비서’가 입고되는 상품들을 ‘단톡방’에 올리면 회원들은 거기에서 주문하고 매장을 방문하여 상품들을 찾아가면 됩니다. 찾아가지 않는 것들은 오카방 회원가로 매장에서 살 수도 있는데, 정상가의 절반인 것도 있습니다. 오늘 먹은 카레우동도 정상가는 6900원이고, 할인가는 4500원이지만 ‘오카방 회원가’는 3900원입니다.
그러면 정상가로 판매하는 매장들은 얼마나 큰 이득을 남기고 있다는 말인가? 또 이렇게 할인해도 된다면 원가는 얼마나 될까? ‘호갱’이 된 것 같은 기분도 들고 의심나는 것도 많지만, 정교한 상술과 가격의 비밀을 다 알지는 못합니다. 회원이 아니면 매장에서 ‘할인판매가’로 살 수도 있는데 그냥 간단히 오카방 회원이 되는 편이 훨씬 더 유리합니다. 계산할 때는 카운터 직원과 ‘깐부’가 된 것 같습니다.
‘오카방’은 만만치 않은 배송료가 들어가는 택배나 홈쇼핑과 달리 결정적으로 저렴합니다. 동네 사람들은 마실도 갈 겸 발품을 팔고 운동도 하게 됩니다. 다른 매장에서 날아오는 문자메시지는 그냥 넘어갈 때도 있고 귀찮을 때도 많은데, ‘오카방’에서 직접 주문한 것들은 충성스럽게 찾아가게 됩니다. 회원들이 벌써 400명이 넘습니다. 그러다 보니 매장에 가면 아는 얼굴들을 자주 봅니다. 정년퇴직하신 선배님들과 같이 활동하던 동네 분과도 인사를 나눴습니다. 미용실을 하는 사무엘 형제도 반가웠습니다. 「알파&오메가」는 우리의 마실이고 알뜰장입니다. 오카방에 올라오는 품목들이 더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노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