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록 시니어의 마을일기
코스피 불장에도 새가슴 ‘조모’
“주식하시라고요, 주식!”
아침마다 산길에서 마주치는 류 선생님의 목소리가 숲속에 울려 퍼졌습니다. “우리가 만난 지 그래도 2년은 되잖아요? 그래서 하는 얘긴데, 나이 먹고 돈 버는 것은 주식밖에 없어. 이제는 일도 못 하지, 장사하면 다 망해. 그러니까 주식하시라니까?” 류 선생님은 스마트폰을 열어 시뻘겋게 물든 주식 창을 보여주었습니다. “내가 주식 강의를 하거든? 이것 봐요. 추세라고, 추세. 아침에 해가 뜨면 점심에는 반드시 여기 가 있게 되어 있어요. 저녁에는 또 여기 가 있고, 이것은 법칙이야, 법칙! 아침에 허리에서 사고 점심에 머리에서 팔면 돼. 그런데 주식하면 쪽박 찬다고 난리야. 상투잡이들이 그렇게 말하는데 떨어졌다가 회복하는 데도 얼마 안 걸려~어! 여기 배드민턴 치는 50명 중에 내 말을 알아듣는 사람이 한 명도 없어요. 구름이 끼고 바람이 불어도 해는 반드시 떠 있다고. 이것이 법칙이야.” 주식을 해가 뜨는 자연현상에 비유하는 선생님의 비약이 놀랍습니다.
어버이날도 ‘불장’입니다. “지금 ‘코스피’는 1만 포인트를 찍을 것 같아요. 언제냐가 문제죠.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쌍끌이하고 있는데, 다른 나라들도 주 종목 몇 개가 주식시장을 끌고 나가요. 이런 불장에 ‘인버스’는 코피가 터지죠. 흠! 전 국민 주식시대입니다.” 사위의 말에 아내가 은근히 흐뭇한 얼굴입니다.
주식을 안 해 본 것은 아닙니다. 펀드매니저인 친구의 권유로 20년 전에 추천종목을 샀는데 하루에 8만원을 먹은 것입니다. 그 친구는 7억을 벌어서 분당에 너른 한옥을 샀습니다. 나도 깨알 같은 휴대전화에 눈을 박고 있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책에서 그래프로 보던 수요와 공급이 순식간에 거래로 체결되는 힘을 보고 있으면 거대한 우주의 기운이 느껴졌습니다. 그 뒤로 몇 번 더 재미를 보았는데, 그것이 끝이었습니다. ‘그러면 그렇지!’ 수업료 낸 셈 치고 잊어버렸습니다. 그 뒤로 친구와 연락도 끊어졌습니다. 그런데도 한국예탁결제원에서는 1년에 한 번씩 배당금 통지가 옵니다.
딸과 사위가 내 계좌를 찾아냈습니다. 엄두도 나지 않는 스마트폰을 딸과 사위는 잘도 풀어냅니다. 그때 친구의 권유로 100만원을 「스맥스」에 넣었는데 어찌하여 배당까지 됐다는 것인지 신통했습니다.
친구와 통화를 했습니다. “그때 추천해 준 것이 ‘스맥스’ 맞지? 그게 언제냐??” “글쎄? 기억이 안 난다야!” 뜬금없는 전화에 친구는 좀 당황한 것 같습니다. “주식시장 계속 이렇게 갈 것 같아?” “그래, 정부가 부동산을 잡고 주식을 띄우려고 하는 것이니까 만 포인트는 넘게 될 거야. 치고 빠지고 하는데 빠지는 것이 바보야, 바보!” 지금도 강의를 하고 신문에 투자칼럼도 쓰는 그가 반색을 했습니다. “너는 좀 어때?” “괜찮아...!” “지금도 매수시점이야. 지금이라도 사. 저평가받던 한국이 정상평가되는 중이니까 임기 중에 만 포인트는 갈 거야.” 듣고 있던 사위는 5월 안에 1만 포인트를 찍을 것 같다고 웃었습니다.
주식이 이렇게 ‘불장’이니 마이너스 통장이 40조원을 넘었다는 뉴스가 나옵니다. 이란과 미국의 전쟁은 좀 식상하기도 한데 삼성전자 노조가 파업을 하느냐 마느냐가 더 뉴스입니다. “나만 빼고 다 잘하는 것 아냐?” “내가 세상과 단절된 것은 아닐까?” “나는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 사회의 주된 흐름이나 경향에서 자기만이 고립되거나 소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인가?”
친구들과 점심을 먹으면서 내가 먼저 주식시장을 물었습니다. “미쳤다. 주식이 미쳤어!” 한 친구는 너무 일찍 팔아치웠다고 하면서도 “그것이 내 복이려니”했습니다. “은행이자는 연 3프로야, 그런데 주식은 ‘세 따블’도 간다니까?” 그러면서도 다른 친구는 그냥 예금에 넣었다고 합니다. 저녁에 만난 성당 형님들은 주식을 모릅니다.
욕심을 내야 할까요? 주식에는 왕도가 없다고 합니다. 많이 안다고 잘하는 것도 아닙니다. 뉴스와 전문가들의 해석도 추측과 전망과 사후적 해설입니다. 유명한 케인즈도 주식에서는 대실패를 했다고 합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어느덧 잊어져 가는데, 트럼프는 전쟁으로 돈을 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내가 포모라는 생각이 들면 속이 불편하지만 욕심을 부리지 않고 ‘조모(Joy Of Missing Out)’로 살기로 했습니다. 나는’새가슴이니까요. 누가 복일지는 잘 모르겠지만 모두 모두 행운을 빕니다.
노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