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신문 1110호 사설
인사하고 싶은 얼굴로 인사하기
외로운 사람끼리 같이 놀아라
세밑 바람이 차다. 새봄 꽃 피울 온기가 필요하다. 그래서 설 명절엔 가족이 더 그리운가 보다.
하지만 세상은 여전히 날카로운 말들이 난무한다. 바야흐로 선거철이다. 누군가는 물러선다고 하고, 누구는 자신이 나서겠다고 한다. 세상을 구하겠다는 인사들이라 설을 앞두고 바쁘게들 떠드는데, 누군가를 베기만 할 뿐 아무도 보듬지 못해 공허하다.
마음이 추울수록 엄마의 품, 봄날의 햇살이 그립다. 어릴 적에는 크리스마스카드도 만들고, 근하신년 연하장도 씰을 붙여 보냈는데, 이제는 인사 없이 헤어지는 세상이다. 서로 마음을 주고받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영상에서는 초등학생이 ‘외동이라 외롭다.’는 고민을 털어놓는다. 스님은 “옆집도 외동이다. 그도 외롭다. 그러니 끼리끼리 놀아라.”고 답한다. 사람들은 보통 외로울 때 누군가가 먼저 다가와 나에게 말 걸어주기를 바라지만, 친구들도 똑같이 외로운 상태라 서로 기다리기만 하는 것이 현실이다. 외로운 사람끼리 만나서 놀면 되는데, 그것이 그리 쉽지 않다.
아파트단지 안에는 수백 수천 가구가 산다. 월계시영은 3930세대고, 상계동 보람아파트는 3315세대이다. 한 건물에도 100여 가구가 산다. 하계한신청구 2동은 450세대가 살고, 중계시영 105동도 445세대이다. 이웃이라 하기엔 얼굴을 다 알지 못하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같은 승강기 타고 다니는, 자주 얼굴 부딪치는 이웃마저 인사를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교대근무하는 경비아저씨와는 반갑게 인사하는 입주민이 많다. 특별히 부탁할 일이 있지 않아도 안부를 묻고, 손에 들고 있던 귤 하나도 나누게 된다. 승강기에서는 눈도 마주치지 않던 사람들이 경비아저씨와는 각각 인사를 하고, 그제야 멋쩍게 고개를 까닥거린다. 아무 인사도 하지 않는 젊은 엄마도 아이에게는 복도에서 만난 옆집 아저씨에게 인사드리라고 가르친다.
우린 인사를 할 줄 모르는 것이 아니라 ‘내 인사를 받아주는 사람’을 찾지 못한 것일 수 있다. 경비아저씨는 언제나 반갑게 먼저 인사해준다. 당연히 내 인사를 무심하게 지나치지 않는다. 옆집 아저씨도 아이의 초롱한 눈동자를 피하지 않고 웃음으로 답한다. 거기에 ‘예쁘구나.’ 격려도 덧붙인다. 그런 인사가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인사는 서로를 인정하고 알아가는 첫 시작이다. 새해를 반갑게 같이 만들어가자는 의미에서 노원신문에는 노원가족들의 새해 인사를 연재했다. 이제 중학생이 된 친구도 새해 계획을 보여주었고, 새로 모임의 대표를 맡아 협조를 당부하는 인사도 있었다. 노원가족 모두의 앞날이 그저 평안하기를 다 같이 기원했다.
인사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은 각자의 몫이다. 밝은 표정, 부드러운 목소리는 부끄럽고 미안한 이야기도 꺼낼 수 있게 한다. 타박하지 않는 말투는 이야기 나누는 것만으로 슬픔을 덜고, 기쁨을 키운다. 내가 먼저 말 걸고 내가 더 들어주어야 한다,
명절이라 오랜만에 가족들이 모인다. 젊은이들은 듣기 싫고 답하기 싫어서 집에 있기 싫다고 한다. 그래서 명절에 친척들의 무례한 질문에도 싸가지 있게 답하는 사투리 강의 영상이 유행이다. “요즘 그런 말하면 잡히갑니데이.”
인생에 정답은 없다. 한가지 답만 주장하면 사랑을 주기도 받기도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