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단의 흑백논리, 나를 찌르는 칼
의회가 자유로워야 민주주의
환두대도(環頭大刀, 고리자루긴칼)는 칼의 손잡이 끝부분에 둥근 고리가 있는 칼인데, 한반도를 비롯한 고대 동아시아에서 흔히 사용된 무기이다. 삼국시대 무덤에서 주로 출토된다. 금으로 된 칼의 손잡이 부분과 철로 된 칼날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쇠로 만든 칼날은 녹이 슬어 제대로 형체가 남아 있지 않지만 황금으로 만든 손잡이 부분은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다. 특히 표면 전체에 서로 엉킨 두 마리의 용이 조각되어 있고, 용의 눈은 옥으로 장식되어 있어 보물이 되었다.
최근 우리나라 최초로 말갑옷이 확인된 마갑총 인근의 아라가야 왕도인 경남 함안 말이산고분군에서 삼누환두대도(三累環頭大刀)가 출토되었다. 이 유물은 신라 왕묘급 무덤에서만 출토되던 위세품(威勢品)이어서 아라가야와 신라의 교류관계를 밝히는 주요한 발견으로 평가된다.
지금 우리 앞에 펼쳐지는 세상은 칼 한 자루는 허리춤에 차고 있어야 겨우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은 싸움판이다. 멀리는 미중전쟁, 관세전쟁이 그렇고, 가까이는 계엄청산, 사법개혁인 전쟁이다.
이외수 장편소설 『칼』은 정의가 힘에 의해 좌우되고, 옳고 그름의 기준이 모호해지는 현실 앞에서 세상의 부조리에 맞설 수 있는 진정한 무기가 무엇인지 말한다. 인생도 꿈도 빼앗겨 칼을 품지 않으면 잠시도 숨 쉴 수 없는 사람에게는 날카로움이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지켜줄 수 있는, 그래서 잃어버린 자존감을 되찾아 줄 무기이다. 하지만 진정한 칼은 손에 쥐는 물리적인 도구가 아니라, 자신의 내면에 존재하는 굳건한 정신과 의지라는 것이다.
시사인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실시한 ‘25년 대한민국 신뢰도 조사’에서 대통령의 신뢰도가 10점 만점에 5.54점으로 나타났다. 헌법재판소 4.92점, 3대 특검 4.84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4.52점, 국회는 4.19점(역대 최고점), 대법원 4.11점(소폭 하락)을 기록했다. 검찰 신뢰도는 3.06점으로 역대 최저치로 나타났다. 국민 중 절반은 입법, 사법, 행정을 믿지 않는다는 것이다.
앞서 24년 통계청에서 발표한 「한국의 사회지표」에 나온 국가기관 신뢰도는 조금 다르다. 각 기관이 맡은 일을 잘 수행하고 있다고 믿는지에 대해 ‘약간 믿는다’와 ‘매우 믿는다’는 응답자의 비율로 나타낸 신뢰도는 지방자치단체가 55.3%, 군대 51.3, 경찰 50.8로 과반을 넘었다. 법원 46.1, 중앙정부 44.0, 검찰 43.0이다. 국회는 26.0%이다. 계엄 이전의 조사이다.
우리 사회는 전쟁 이후 혼란기를 거쳐 군부가 장악한 권위주의 시대를 지나왔다. 개인의 판단보다는 중앙의 동원체계에 종속되었고, 공교롭게도 그것이 경제개발의 성공과 맞물리면서 정부의 방침에 대해서는 합리성을 부여하며 저항하지 않는 순종적인 국민이 되었다. 더구나 중진국 함정에서 벗어나 선진국 대열에 들어가게 되며 그것을 우리의 국민성이라고 여겼다.
민주주의는 국민이 주체가 되어 국가의 미래를 열어나가는 것이다. 그래서 국민이 권력을 가지고 자유롭게 행사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불행하게도 행정권력, 사법권력보다 입법권력, 즉 국민의 대의기관인 의회를 더 불신한다. 다양성은 단순히 여러 가지가 혼합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위험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융합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형평성, 포용성까지 아우르는 말이다.
한 국가의 민주주의 수준은 그 나라 국민의 수준에 맞게 정해진다고 한다. 이쪽과 저쪽 맨 끝에 몰려 흑백의 갈라치기만으로는 한쪽 날개를 자르는 칼이 될지언정 세상에 나서는 무기는 되지 못한다. 이제 의회의 시간이다.
노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