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시대 학교숲 정원 이야기
아파트 동네 학교는 주민과 함께 가꾸자
이학송 환경재단 이사 ‘재건축 앞서 나무은행 필요’
우리나라에 개교한 지 100년이 넘는 학교는 별로 없지만, 운동장에 100년 넘는 나무가 있는 학교는 많다. 괴산 청안초에는 고려 성종 때 군수가 심은 은행나무가 있고, 담양 한재초에는 이성계가 심은 느티나무가 있다. 영천 임고초는 수령 100년 넘은 나무들이 즐비하다. 1942년 개교한 이 학교는 1, 2, 3회 졸업생이 운동장에 10년생 나무를 심어 이제 학교는 숲이 되었다. 가지치기도 안 하고, 낙엽도 안 쓰는데 그 위에서 학생들이 공놀이를 한다.
이학송 생명의숲 전문위원은 “학교는 아이들이 감성적인 체험을 하면서 성장하는 곳인데 의외로 너무 삭막해요. 홍익대 유현준 교수는 그래서 학교 건축을 교도소라고 할 정도지요. 학교는 학생들 성적 외에는 신경을 안 쓰잖아요. 거기서 12년을 자란 아이들은 감성이 없다 보니까 싸우기도 하고 학교폭력도 생기고 이런 거 아니겠어요? 그래서 전국을 다니면서 그래도 이렇게 좋은 학교도 있다는 것을 알리려고 책을 냈어요. 제가 좋아하는 학교는 아직 절반도 못 실었어요.”
23년 8월 ‘기후위기 시대 학교숲 정원 이야기’를 펴낸 이학송 위원은 2004년 남양주 광동중학교 교장선생님으로 근무하며 학교숲 운동에 뛰어들었다. “1천명의 학생들이 있는데, 점심시간이면 맨땅에 흙먼지 나는 운동장을 뛰어다니는 게 안타까워 학교를 숲으로 만들었어요. 연못도 만들고 물레방아도 만들었어요, 토끼도 키우고, 아이들은 오디도 따먹고 참 재미있었어요. 그런데 주변에서는 풀도 안 뽑아 지저분하다며 손가락질했죠. 풀을 베고 나면 달팽이고 딱정벌레도 싹 다 없어져요. 그러면 학생들은 재미가 없어요. 안전을 이유로 통제만 하는데 학생들 입장은 조금도 배려가 없는 거죠. 누구를 위한 운동장인가요? 잔디를 깔아도 잔디보호가 우선인 학교가 되는 겁니다.”
봄이 오면 아이들만큼 고운 꽃을 피우고, 새들이 지저귀는 학교가 노원에도 있다. 주변에 불암산, 태강릉, 삼육대가 있어 숲이 울창한 데 학교숲을 잘 가꾸고, 학교 둘레길을 만든 공릉동 화랑초는 교실까지 벽면녹화를 실시한 탄소중립시범학교이다. 우명원 교장선생님이 앞장서 학교숲 운동 초기인 1999년부터 시범학교로 시작해 ‘4회 아름다운 숲’으로 지정되었다.
화랑초등학교
“경주 감포초는 교문에서부터 맨발로 숲길을 걸어 등교해 연못에서 발을 씻고 교실로 들어가요. 태안 안흥초는 느티나무 위에 교실을 만들었어요.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교실이랍니다. 22년 서울의 신길중학교가 파격적인 실험을 했어요. 4층 건물이 아니라 누가 봐도 전원주택처럼 지었어요. 학급마다 정원이 있는 그런 건물을 서울에 지었어요. 우리나라 학교도 좀 변해야 해요.”
이학송 위원은 도시나 시골이나 마을 사람들이 운동하기 제일 좋은 곳은 학교라고 말한다.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니까 쓰레기도 주워주면서 아주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한다. “동일초에 학교 숲을 조성할 때 주민에게 개방하는 것을 원칙으로 정해 학교 담장을 없애고 나무를 심어 정원을 만들었어요. 그런데 코로나가 오면서 안타깝게도 펜스를 다시 치게 되었어요. 학교가 문을 잠가놔도 학교 안에 나무가 많아야 아파트 주위에 좋은 산소를 내뿜고, 미세먼지도 막아주고 탄소중립이 되는 거죠. 솔직한 말로 나무심기에 가성비가 제일 좋은 데가 학교잖아요. 특히 아파트 사이에 있는 학교는 주민 밀착형이거든요. 우리 주민들이 공동 관리하고 공동으로 누려야 되는 거예요.”
이학송 위원은 노원에서 아이들을 키우며 30년을 살았지만 나이 들면서 사는 지역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노원환경재단에서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봄에 제일 빨리 피는 도시의 꽃은 회양목이거든요. 울타리로 많이 심어놨어요. 겨울잠에서 깬 나비와 곤충들이 꿀을 빠는데, 반듯하게 잘라서 꽃눈이 다 떨어져요. 자연은 지저분할수록 생태적이거든요. 좀 놔두면 3~4m까지 자라요.”
지금 노원구가 노후 아파트 재건축을 앞두고 있다. 그럼 아파트에 있는 나무는 어떻게 하나? 이학송 위원은 살려야 할 나무가 있는지 미리 조사해서 나무은행을 확보하자고 제안한다.
노원신문 백광현 기자 100-b@hanmail.net